<빛과 소금> “낙망에서 소망으로”

최민범 담임목사/왕십리 성은교회

2017-03-14     성광일보

노랑 지붕을 가진 집과 빨강 지붕을 가진 집이 서로 이웃해 있었답니다. 어느 날 밤, 두 집에 동시에 도둑이 들었다지요. 도둑들은 값나가는 물건들을 모두 싹쓸이를 해 갔습니다. 아침이 밝았습니다. 노랑 지붕 주인은 잔치를 벌였고 빨강 지붕 주인은 앓아누웠다지요. 마을 사람들은 두 집을 찾아가 물었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노랑 지붕 주인이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간밤에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지 뭐요. 그런데 재물만 잃었지, 우리 가족은 전부 무사했다오. 이 얼마나 놀라운 축복입니까? 잔치를 하지 않고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기에 이렇게 잔치를 벌였다오.”

빨강 지붕 주인은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어젯밤에 내 전 재산을 도둑맞았다오. 그것들을 모으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하늘도 무심하시지, 어떻게 그렇게 싹쓸이를 해 갈수 있단 말인가. 이제 우리 집은 끝장났소. 희망이 없소이다. 그냥 이대로 죽고 싶은 심정이오.”

「꿈꾸는 다락방」 이지성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똑 같은 사건에 대하여 서로 다른 반응을 보여줍니다. 한 사람은 원망과 실망으로 낙망하며 절망합니다. 반면에 다른 사람은 잔치를 벌이고 소망과 희망으로 나아갑니다.

저는 우연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 하나님의 필연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운명론은 아닙니다. 단지 현실을 부정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 부정이 무슨 유익이 있는지 궁금하여 묻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으신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도록 하시는 분이라고 믿고 살아갑니다. 신학적으로는 이것을 “하나님의 절대주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믿음이 주는 유익은 이 믿음이 사실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믿으면 원망, 실망, 낙망, 절망으로부터 소망과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성경인물 중에서 다윗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약해질 때, 원망, 실망, 낙망, 절망의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상황에 압도된 것입니다. 아들과 가장 가까운 친구와 신하들이 등을 돌렸을 때, 다윗의 마음은 원망, 실망, 낙망, 절망의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이런 마음이 들 때, 그대로 그 자리에 있으면 평생 다른 사람을 원망하며 삽니다. 실망 속에 긴 얼굴을 하며 삽니다. 어깨와 팔을 축 늘어뜨리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소중한 하루 하루를 원망, 실망, 낙망, 절망하며 낭비하며 삽니다.

하지만, 다윗은 하나님을 갈망하면서 원망, 실망, 낙망, 절망으로부터 소망과 희망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낙망하지 말라고 말해줍니다. 하나님을 갈망하라고 소망의 길을 속삭이 듯 말해줍니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 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시편 42:5) 가정과 이웃과 민족이 원망, 실망, 낙망, 절망의 길을 가고 있을 때, 다윗처럼 이렇게 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대한민국이여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불안해 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대한민국의 “파란 기와 지붕” 위에도 소망의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