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이상이 있다구!

2019-02-20     김광부 기자

사랑은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고전13:6) 2019.02.15

(2019.1.12.

“내 아들이 죽었는데도 기차가 달리고 계절이 바뀌고 아이들이 유치원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까지는 참아줬지만 88올림픽이 여전히 열리리라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내 자식이 죽었는데도 고을마다 성화가 도착했다고 잔치를 벌이고 춤들을 추는 걸 어찌 견디랴.  아아, 만일 내가 독재자라면 88년 내내 아무도 웃지도 못하게 하련만,  미친년 같은 생각을 열정적으로 해본다.”

박완서 저(著) 「한 말씀만 하소서」  (세계사, 17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남편을 잃고 생 때같은 아들까지 잃었는데, 세상은 무심하게 변화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올림픽을 한다고 축제로 가득합니다.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이성복 시인이 그렇게 말하였듯이 세상은 온통 무관심한 듯합니다.

에리히 라미아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을 보면 전쟁 중에 친구들은 하나둘씩 죽어갑니다.  마지막 남은 주인공 파울 보이머도 죽습니다.  그런데 그 날의 군사 보고서는 이와 같았습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한 우주를 품고 살았던 사람이 죽어도 서부 전선,  동부 전선은 이상 없습니다.  “서부 전선 이상이 있다구!” 하고 외쳐도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들의 죽음도 그러할 것입니다.  우리들이 죽는 날에도 버스와 지하철은 여전히 달리 것이며,  스타벅스의 커피도 계속 잔을 비울 것입니다.  이것이 삶의 허무입니다.  사는 것도 죽은 후에도 허무입니다.

예수님을 영접하여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영원에 잇대은 삶을 살지 않는 한,  우리들의 삶은 아무리 웃고 포장해 보아도, ‘허무’라는 알맹이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네가 어찌 허무한 것에 주목하겠느냐?” (잠23:5)

 

한재욱 목사
강남 비전교회
서울시 강남구 삼성2동 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