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격(格)에 맞는 옷차림

함영관/성동문인협회 이사

2019-10-04     이기성 기자
함영관/성동문인협회

우리 일상생활에서 의식주(依食住)가 중요하다. 그 중에서 먼저 신경을 쓰는 것이 격에 맞는 옷차림이다. 누구나 외출할 때면 어떤 모임에 나가느냐에 따라 각양각색의 옷차림이 달라진다. 멋을 내며 사치라는 개념을 떠나서 일반적인 차림새를 생각하며 결혼식, 축하연, 졸업식, 수상식 등에 너무 유별나지 않게 수수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는 옷차림이 좋다.

속담에 '입성이 날개다.' '입은 거지는 얻어먹어도 벗은 거지는 못 얻어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옷차림이 깨끗해야 대우를 받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옷차림이 너무 너무 꾀죄죄해도 대우를 못 받게 되며 상대방에게도 예의는 아닌 것 같다. 옷차림이라면 같은 옷을 입어도 입는 사람에 따라 옷맵시가 다르게 나온다. 그래서 옷걸이가 좋아야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이 품위 있는 옷차림이다. 예전에 시댁에 갈 때에는 검소하고 모나지 않는 옷차림으로 입고 친정에 갈 때는 좀 더 좋은 옷과 좀 더 화려한 옷을 입고 가라는 말도 있다.

친구들을 보더라도 같은 남성이면서도 항상 정갈하게 옷차림을 하고 동창 모임에도 신경 쓰고 나오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매양 등산복차림이나 옷매무새도 짜임새 없이 구질 한 느낌으로 나오는 사람이다. 좋게 말하면 소탈하다고나할까?

그러면 누구든지 정갈한 옷차림한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끼며 가까이하고자 할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분 중에서 미수(米壽)를 넘으신 연세에도 친목회 같은 공식모임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정장을 하시고 나오신다. 신사복에 넥타이 또한 중절모를 쓰고 단장까지 짚고 나오시면 영국신사라고 부른다. 옷차림이란 자신이 결정할 일이지만 상대방을 배려해야한다. 내가 편한 데로 결혼식이나 축하할 모임에 많은 하객들이 모이는 장소에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구질구질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결례이며 상대방을 무시한다고까지 질타하고 싶다.

얼마 전에 어느 문단 신인상 등단식과 문학상 수상식에 갔다. 모두 신인 및 수상자들을 축하해주고 기념사진도 촬영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 하객 중 두 사람이 등산복차림으로 참석한 모습이 눈에 띤다.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내가 어렸을 때 농촌에서 살았다. 그때 우리 옆집 새댁이 있었다. 그의 친정아버지가 딸네 집에 갈 때면 맥고모자에 나무지게를 지고 찾아온다. 나는 어린마음에도 이상해서 할아버지께 그 이유를 여쭈워 보았다. 할아버지는 웃으시면서

“그 사람은 농부이기에 지게를 지고 다니는 것이 몸에 배어 그것이 편리하다보니 그 사람에겐 지게가 의관(衣冠)으로 생각하는가보다."라 고 하셨다.
하지만 서로 가장 예의를 지켜야할 사돈댁을 찾아오는데 지게를 지고 오다니 정말 이건 예의가 아니다. 공식적인 모임일 때, 애경사에는 정장차림으로 입는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결례되지 않게 성의를 다해 격에 맞는 옷차림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