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2019-10-15     김광부 기자

사랑은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고전13:6) 2019.10.15

(2019.10.13

“나는 모순덩어리이다.  나는 믿기도 하고 의심하기도 한다.  나는 소망을 갖기도 하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기도 한다.  또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한다(중략).  신뢰하기도 하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정직할 때도 있지만,내 생각을 감추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갈 때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이성적 동물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내가 맥주를 많이 마실 수 있는 천사라고 말한다.”

브레넌 매닝 저(著) 이용복 역(譯) 《하나님의 은혜》 (규장, 20, 21쪽)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가톨릭 영성작가 브레넌 매닝(Brennan Manning)의 이 고백이 참 진솔합니다.  하나님 앞에 우리의 밝은 면 뿐 아니라 어두운 면도 다 내어 놓을 때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하나님의 은혜가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흥부의 속성만 가진 사람, 놀부의 속성만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한 사람 안에 흥부와 놀부가 섞여 있습니다.  굳이 가르마를 타서 색으로 표현하자면 우리는 완전한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회색입니다. “제로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에나 제로를 곱하면 그 어떤 수라도 제로가 됩니다.

아무리 99가지를 잘해도 결정적인 한 가지를 못해서 제로가 되면 곱해서 제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사람에 대한 평가의 잣대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성경의 증언처럼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한 것”이 사실이라면 아무도 완벽하게 결함이 없는 삶을 산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장 존경할만한 사람에게서도 결함의 흔적들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한두 가지 결함 때문에 그의 삶의 가치 자체를 다 부정하고 제로라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아량과 배려가 우리를 살립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롬3:23)

 

한재욱 목사
강남 비전교회
서울시 강남구 삼성2동 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