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빔

2019-10-30     김광부 기자

사랑은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고전13:6) 2019.10.30

(2019.10.19(토)

“대나무는 비어 있고 단단하고 곧다(중략).  인간의 시선이 대나무의 속 빔에 가 닿았을 때 인간은 거기에 구멍을 뚫어 피리를 만든다. 저 자신이 비어 있는 존재들만이 음악을 이루는 소리를 생산해낼 수 있다. 모든 악기는 비어 있거나 공명통을 가지고 있다.”

김훈 저(著) 《풍경과 상처》(문학동네, 86-87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속 빔’을 안은 나무가 악기로 부활합니다. 나무의 ‘속 빔’에 바람이 가 닿을 때 소리가 됩니다. 관악기는 악기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제 몸속에 동그란 속 빔을 품습니다.  플루트와 피콜로, 오보에와 잉글리시 호른, 클라리넷과 클라리넷, 바순과 콘트라바순, 색소폰은 동그란 제 몸통을 통과하는 바람을 음악으로 변신시킵니다. 트럼펫·트롬본·호른·튜바는 제 몸을 꼬고 비틀어 그 안에 바람과 숨을 저장합니다.

대중 가요 「가시 나무」 에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속에 의미 없는 것들이 가득 차 있을 때, 바람도 숨도, 님도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비움이 있을 때 채움이 있습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빌2:5-8)

 

한재욱 목사
강남 비전교회
서울시 강남구 삼성2동 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