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사무사思無邪

송 태 옥

2019-11-14     이기성 기자

사무사思無邪

                                 송 태 옥

 

도덕 시간이었다
비둘기가 교실에 들어왔다
있음은 없음에서 나서有生於無
나도 너도 없는 듯 있고 있는 듯 없다며 
노자 도덕경을 강의하는데
노상 창가에서 수업을 엿듣던 비둘기가 
수업에 취해 교실로 들어와 버리고 말았다
아차! 정신을 차린 비둘기는 나갈 곳을 찾았다
비둘기도 학생일 수 있고
학생도 비둘기일 수 있는 것이라고
비둘기에게 책상 하나를 마련해 주었지만
비둘기는 나오니 삶이요 들어가니 죽음(出生入死)이라고
나갈 곳만 찾았다
학생들보다 노자를 먼저 깨달은 비둘기는
말 않고 가르치겠다(行不言之敎)며
말없이 교실을 떠났다
빈 책상자리가 있는 듯 없는 듯 휑했다.

 

有生於無  
* 出生入死 : 노자 『도덕경』에서 인용
  行不言之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