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함은 지식인의 존재적 본질?

2020-01-09     김광부 기자

사랑은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고전13:6) 2020.01.09

(2019.12.21(토)"강릉항(江陵港)")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해가 진 다음에 난다’는 헤겔의 주장은,문장으로 구성되는 논리적 사유는 항상 2차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성찰을 직업으로 하는 지식인은 비겁할 수밖에 없는 거다. 치열한 싸움이 다 끝나고,해가 진 다음에야 어슬렁거리며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겁함은 지식인의 존재적 본질이다.”

김정운 저(著) 《에디톨로지》(21세기북스, 33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한국 시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인 김수영은 ‘소시민적 비겁’을 제일 경계했습니다. 그의 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중략)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그의 시는 엑스레이같이 우리의 속의 비겁함을 비춥니다. 자신이 비겁하다는 것을 알 때 덜 비겁해 질 수 있습니다.

“비겁함은 지식인의 존재적 본질이다.” 고 반성하는 지식인은 덜 비겁해질 수 있습니다. 집 기둥을 세울 때 한 코도 안 보이던 사람이, 다 세운 다음에 나타나 이러쿵저러쿵 기울기 분석만 한다면 밉습니다. “기둥 세울 때 못 와서 죄송합니다” 하고 시작하는 지식인은 이쁘기라도 합니다.

“교만이 오면 욕도 오거니와 겸손한 자에게는 지혜가 있느니라.”(잠11:2)

한재욱 목사/강남 비전교회

(2019.12.21(토)"강릉항(江陵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