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을 주노라

2020-04-29     김광부 기자

사랑은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고전13:6) 2020.04.29

(2020.04.03(금)

“나의 문도 허준이가 세상의 어떤 병고도 마침내 구원할 만병통치의 의원이 되기를 빌며 병든 몸이나마 너 허준에게 주노라(중략).  내 몸이 썩기 전에 지금 곧 내 몸을 가르고 살을 찢어 사람의 오장과 육부의 생김새와 그 기능을 똑똑히 보고 확인하고 사람의 몸속에 퍼진 삼백예순다섯 마디의 뼈가 얽히는 이치와 머리와 손끝과 발끝까지 퍼진 열두 경락과 요소를 살피어 그로써 네 정진의 계기로 삼기를 바라노라.”

이은성 저(著) 《동의보감(중)》 (창작과 비평사, 241-242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인체의 해부가 국법으로 금지돼 있던 시절, 자신의 몸을 내준 스승 앞에 허준은 의원의 길에 게으르거나, 이를 빙자해 돈이나 명예를 탐하지 않기로 맹세한 다음, 스승의 시신을 칼로 가릅니다.  이 이야기는 물론소설가가 그려낸 상상이지만, ‘사실’보다 더 큰 감동을 줍니다.

의술로 백성들을 진정으로 섬기고자 했던 푸른 스승과 푸른 제자의 이야기입니다.  허준은 이듬해에 내의원에 장원으로 합격하게 되고, 우리나라 고유의 의술서 《동의보감》을 저술합니다.  《동의보감》의 주어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입니다.

즉 전문가인 의사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 환자가 읽어도 쉽게 알 수 있는 책입니다.  병들어 고통받고
있는 백성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 그리고 이 나라의 풀 한 포기까지 사랑했던 마음을 담은 책입니다. 리더는 보스와 다릅니다.

리더는 앞에서 희생하며 이끌고, 보스는 뒤에서 호령합니다.  리더는 섬기려 하고,보스는 군림하려 합니다. 리더는 희망을 주고, 보스는 겁을 줍니다.  리더는 짐을 덜어주고, 보스는 무거운 짐만 떠 넘깁니다.  예수님은 참 리더, 선한 목자의 본을 보여 주셨습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마20:28)

 

한재욱 목사
강남 비전교회
서울시 강남구 삼성2동 27-2

(2020.04.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