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과 풍수(133) 동양오술 (용대기7)

노천(老泉)김흥국 / 광진투데이 편집위원장 삼오지리학회장역임 현재 한국현공풍수학회장 신화씨엠씨(주)대표

2020-06-24     성광일보
김흥국

동이족의 오랜 전통에는 용토템의 상징이 있다. 고조선의 전신인 배달국이 신시에 도읍을 정한 지금의 홍산 문명에는 용토템을 비롯한 다양한 짐승의 토템들이 발견되고 있다.

그리고 홍산 문명의 터를 이어받은 북부여의 관명과 부락단위의 명칭도 짐승을 응용했다. 말, 소, 양, 돼지, 개와 같은 생활 짐승들이다.

삼국지위지동이전(三國志 魏志 東夷傳, 夫餘) 부여 편에는 국유군왕, 개이육축명관, 유 마가, 우가, 저가, 구가(國有君王, 皆以六畜名官, 有 馬加, 牛加, 0加, 狗加).

해석을 하자면 나라에는 군왕(君王)이 있고, 모두 여섯 가축(六畜)의 이름으로 관명(官名)을 정하여 마가(馬加), 우가(牛加), 저가(?加), 구가(狗加), 그리고 대사(大使), 대사자(大使者), 사자(使者)로 명하였고, 중앙의 왕으로부터 사방 네 지역으로 나누어 제가(諸加)들이 사방 지역을 맡아 다스렸다고 한다. 

이상이 고조선의 후예인 부여의 행정 구별법이며 이를 사출도(四出道)라 하여, 전쟁 시 각 마을에서 차출된 부대는 출신마을의 상징인 짐승깃발을 들고 출전하였을 것이다.

이렇게 추측할 수 있는 합당한 증거로 우리민족의 가장 오래된 놀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수 천년 전, 고조선 이전부터 이어온 민속놀이로 추정되는 게임 중에는 기세배놀이와 윷놀이가 있다. 기세배는 지난 시간에 말했듯이 장수들의 깃발이 전시에 서로 상견례를 갖추는 놀이라면 민간에서는 가축의 이름을 이용한 놀이로 윷놀이를 했다.

윷놀이의 말판에 사용되는 용어는 수천 년 전해져 온 것으로 도, 개, 걸, 윷, 모로 이는 부여의 관직명인 저가(?加), 구가(狗加), 우가(牛加), 마가(馬加)등과 함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순서에 있어 짐승의 크기와 보폭을 기준으로 정했을 것이다.

여기서 빠져있는 양은 아마도 왕의 대사나 사자로 사출도를 왕래하는 사신의 역할이 아니었을까? 유추한다.
이제 윷놀이 속에 숨겨진 천지의 이치를 살펴보면, 중앙을 방(方)이나 추(樞)라 한다. 

모 방(方)은 땅을 말하는 것으로 둥근 윷판이 하늘이면 천원지방(天圓地方)으로 땅의 중심인 왕이 사는 곳을 말하고, 하늘로 말하면 북극성을 뜻한다. 그리고 방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열十자 뻗은 것을 사출도(四出道)의 행정구역을 말한다.

마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윷판에는 조상들의 자연관인 우주의 철리(哲理)가 들어 있다.

이제부터 상식선에서 놀이판의 구조를 살펴보자.
윷판의 숫자는 29개로 중앙의 '方'을 왕의 자리로 보면 나머지는 28개로 하늘의 28수, 별과 연결된다. 그리고 우리는 북반구에 살기에 북극성을 중심으로 북두칠성이 회전을 하듯이 말판의 시작은 북에서 동으로 시계방향으로 시작해서 북방 28를 뒤에서 시작하여 벽(壁) 실(室) 위(危) 허(虛) 여(女) 우(牛) 두(斗)로 되짚어 중앙인 임금 자리로 온다. 아마도 부여의 사출도란 부락배치도 하늘의 28수 움직임과 연관성을 가지고 부락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래서 근세의 천재 역사가인 단재 신채호는 제가는 각기 사방을 경계 지은 사출도(四出道)를 맡았고, 사출도는 전시체제에서 군사조직의 출진도(出陣圖) 모형이라고 말한다. 

또 최남선, 실학자 이익, 김문표(金文豹) 등, 조선의 학자들도 사도설(柶圖說)에는 동지, 춘분, 하지, 추분에 따른 해의 길이를 말판에 비유하여 북쪽에서 출발한 윷의 말이 동으로 가운데 방으로 그리고 다시 북으로 가는 가장 짧은 과정을 동지라 하고, 북에서 동으로 서로 북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춘분점으로 추분점을 북에서 남으로 중앙을 통해 북으로 나오는 것을 추분으로 하고, 하지는 해가 가장 길기에 전체를 크게 한 바퀴 도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춘분과 추분의 길이는 태양의 황도는 다르지만 같은 길이가 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민속학자인 스튜어트 컬린(Stewart Culin 1858∼1929) 펜실베이니아대학 고고학박물관장은 한국의 윷놀이는 우주적이고 종교적인 철학을 담고 있으며, 인도의 파치시(pachisi)와 차우자(chausar)의 도형이나 서양의 체스나 일본의 야사스카라무사시(八道行成)도 윷놀이에서 발전한 형태라고 한다.

우리의 수천 년 오랜 전통에는 이러한 각국의 민속적 맥락과 함께한다. 필자는 이를 배달국 시대부터 용대기와 함께 이어온 전통의 맥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