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엄마 생각

淸蓮 박하영

2020-07-14     성광일보

서녘 하늘에 드리워진 노을을 바라보다 빛바랜 유년 시절 추억 하나 회상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가족들 한 지붕 아래 오롯이 모여 살던 시절 깜장 병아리, 노랑 병아리, 바둑이와 집토끼를 키우는 동화 같은 풍경 속에  아주 가끔은 다람쥐랑 산토끼를 만나는 행운도 누렸습니다

어느 날 큰 오빠는 사랑스럽고 순박한 다람쥐 한 마리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잡혀 온 다람쥐는 할아버지께서 싸리나무로 엮어 만든 둥지 속에 갇혀 지내야 했고 다람쥐가 도망칠까 걱정스러웠던 큰 오빠는 둥지 위에 털썩 큰 돌멩이를 올려놓았습니다

어느 날 가족들은 모두 다 어디를 갔는지 빈집에 혼자 남게 된 나는 다람쥐를 만져 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 장난치며 놀고 싶은 생각에 살며시 둥지를 열었습니다

다람쥐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어디론가 달아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발만 동동거려야 했던 나는 몇 날 며칠을 멍하니 빈 둥지만 들여다봐야 했습니다

그러던 시절 엄마는 가끔 산토끼 볶음 요리를 하실 적이 있었습니다
싸리버섯에 들기름을 넣어 만들어 주시던 그 음식은 어디서도 대접을 받아 본 적 없는 고급스러운 맛이었습니다
삶아 익힌 산토끼 간(肝)을 가지고 오셔서 얘야! "이걸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단다" 하시며 아주 작은 모양의 간을 몰래 저에게만 먹이려 하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눈망울을 말똥말똥 굴리며 입을 오므려 앙다문 표정 지으면 엄마는 토끼 간을 어떻게 해서든 먹이려고 정담 어린 눈길로 살살 달래며 토끼 간을 먹이던 기억이 납니다

동화 삽화 별주부전에 등장하던 토끼 간(肝)이 영약(靈藥)이라는 것은 전래처럼 알려졌지만 실제로 토끼 간(肝)을 먹고 자란 나는 두뇌가 그리 명석하고 좋은 편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 내내 눈이 청명하고 맑은 눈을 지니고 있어 어느 곳을 가든지 눈 때문에 기쁨 누리는 일이 가끔 있었습니다

세월은 덧없이 흐르고 그 시절 어머니의 입장을 돌이키다 보니 지혜로우시고 현명하시던 어머니를 인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빛바랜 기억만으로도 마음이 행복해지는 애틋한 엄마
엄마!!!
오늘도 나는 잠시 엄마를 생각하니 가슴이 울컥합니다.
 

淸蓮 박 하 영

·시와 수상문학 시, 등단, 신인문학상(2010)
·수필, 등단 신인상(2014)
·소월시 문학대상 수상(2014)
·(소월문학상위원회, 대한문예신문사)
·공저《시인의 향기》/2010~2012
·공저《시인의 문학세계》2010~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