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 詩마당> 밭의 모정

조은미 / 시인

2020-10-16     성광일보

   밭의 모정
                    조은미

어디서 왔는지
고단한 몸 뉘이는
양귀비 꽃씨 하나
차마 내치지 못하고
가만하 품는다
 
사랑으로 다독이는
기다림의 시간
따스한 감촉
온몸의 온기가 퍼진다
 
굳었던 심장
서서히 녹아내리고
제 껍질 벗어던지며
부화하는 초록 병아리
 
가슴으로 낳은 자식
대견한 눈빛으로
젖가슴 통째로 내어주는 모정
 
젖줄에 뿌리 박고
장미보다 더 붉은
꽃잎으로 피어난다

조은미

< 조은미 프로필>
·계간문예 이사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이사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28회 영랑문학상 우수상 수상
·계간문예 상상탐구 작가상 수상
·시집 《억새 아침을 열다”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