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강변을 걷다가

곽영애 / 시인

2020-12-08     성광일보

       강변을 걷다가
                           곽영애

물비늘이 눈을 열고 들어온다

'산란 중'이라는 부표가 넘실거리고 잠시 알던 
청년의 눈망울이 신화처럼 흐른다

바람도 어깨를 들먹이는 속울음이 
청년의 망막과 포개지자
저만큼 
물살을 빠져나가는 소리 요란하다

흰건반과 검은 건반이 펼쳐지고
물 위를 거닐던 이야기 
허공으로 출렁이다

어제의 이마에 부딪힌 강물에 커피향이 쏟아진다

새가 되지 못한 청년의 얼굴에 
이끼가 스며들고 
날개 접힌 고니의 울음 
수북이 쌓이는데

인파 속을 헤치고 나오는 늦여름이
홀연히
내 등을 두드린다

곽영애

곽영애
·시인
·성동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