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詩마당> 바다의 레시피

남진숙/

2021-02-01     성광일보

            바다의 레시피
                                   남진숙

 

산 그림자 지고 앉은 노승의 입가에 김이 오르고
젖가락 부딪히며 땀 닦는 소리 뿐
멀고도 고된 올레 길목에 손 굽은 해녀의 국수집
허름한 식당 밖에는 묵객들이 줄을 선다

해초를 먹으며 빛과 어둠이 조율된 채광 속에서
지상의 모든 사슬을 벗고
제주 표선리 바다밭 갯돌 틈새에 박혀
바다 향, 물씬 레시피를 쓴다

살다가 갈증으로 입술 부르트는 날이면
땀내 고인 바다, 파도의 등 뒤에 얼굴을 묻고
살을 에는 왜바람이 목을 놓는 숨비소리,
발목을 잡는 그, 보말국수 한 사발

<남진숙 프로필>

- 광진가족백일장 장원
- 신사임당백일장 수상
- 광진문협 시부문 신인상
- 현 광진문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