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해(解)

손문자/성동문인협회 이사

2021-02-23     성광일보

           해(解)
                     손문자

2020 해 양파 벗기듯 
날짜를 한 겹 한 겹 벗기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날자에 끌려 새해에 오고 말았다

무질서에 오염된 잡균 
우주를  덮은 해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 여기저기 산적해
생명 죽이고 지구도 죽어가네

눈 허옇게 뜨고 죽은 물고기 떼 
눈 어지럼증 생겨 돌지 않던 지구가 빙글빙글 도네
올 것이 왔단 말인가 
백태 낀 눈 눈으로 덮어 버렸으면 좋겠다

함박눈 내리는 아침 
바람은 사납게 으르렁거리고 
아직도 머물러 인간을 노리는 코로나
책갈피마다 독으로 수런거리고 
갈가마귀처럼 지구를 덮는다는 뉴스

비를 맞고 서 있는 
시곗바늘 거꾸로 돌려보려고 
힘을 모아도 시간의 페달은 앞으로만 달린다

짜디짠 통증 
매달려 떨고 있는 모호사피엔스 
날개가 새로 돋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네
지금은 인간이 선물로 지급한 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