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산 너머 길을 찾다

허성열/시인

2021-03-25     성광일보

      산 너머 길을 찾다
                                  허성열

발자국을 따라 
산을 오른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산길에 새겨진 길들을 
조용히 대면하는 시간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자국이 쌓여
선망을 향한 날갯짓으로
높이를 가늠하지 못하고
내려갈 수도 더 오를 수도 없는
아득한 벼랑에 홀로 서 있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고
손을 휘저어 버둥거리는데 
흐트러진 중심을 잡으려다 
수직으로 낙하하는 몸의 균형
허공에 무너지는 무수한 입자들
날개를 달아 비상하고 싶다

숨을 고르고 다시 앞을 보아도
가야 할 길은 멀고 아득한데
시위를 떠난 화살은 되돌릴 수 없다
소극적 수용성으로 묵묵히 오르는 길
돌계단에 찍힌 아픈 발자국이 이슬에 젖는다?? 

붉게 물드는 가을 산의 지혜로
쉼 없이 나아가는 발자국

늘 깨어서 푸른 꿈을 꾸는 
내 영혼의 원형을 찾아서 
나는, 
산 너머 또 길을 찾는다

·시인
·성동문인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