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어머니의 못자리

이민희/시인, 성동문협 이사

2021-06-25     성광일보

   어머니의 못자리
                          이민희

해마다 4월이면 
친정집 울타리 벚나무 하나
수천 마리 나비를 날리곤 했지요

논에선 못자리가 한창일 때지요

결혼식 보름 후 내 생일
미역국도 못 먹어 서글픈 마음은
분홍 나비들이 무척이나 눈에 밟혔지요

정오 지나 친정어머니 인절미 함지박을 투구처럼 머리에 얹고 왔더라구요
논배미에서 만난 시어머니 생일이라고 말해주면 국이라도 끓이지
눈가에서 민망한 나비 하나 날아가데요

자박자박 물기 앉은 못자리에 볍씨인 양 뿌려 놓은 딸자식
노심초사 엄마 마음이 생일 핑계로 왔던 게지요

벚꽃에서 나비가 날든지 말든지 
생애 최고의 생일이었지요

어머니의 눈물로 빚은 
떡을 먹게 된 그때부터
해마다 꼭 생일상을 받곤 했지요

억척스런 모성이 무거운 시집살이를
허공으로 띄워 올린 봄날이 되었지요
 
- 이민희 신작 시집 《거꾸로 탄 기차》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