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 詩마당] 밥 솥

오숙희

2021-07-19     성광일보

             밥   솥
                            오숙희 

둥글 둥글한 내 몸매는 양쪽에 날개가 있고
가스렌지 위에 앉는 것을 좋아 한다

볼품은 없지만 체온이 올라 갈수록
기분이 좋아지면 콧노래도 부른다
앗! 딸랑 딸랑
때로는 비명소리도 크게 지르기도 한다

닫힌 빗장을 열듯 날개를 살짝 돌려주면
뜨거운 수증기가 함박꽃처럼 피어올라
허기진 사람을 만나면
가진 것 다 내주고도 더 주고 싶어
내 몸은 더욱 뜨거워진다
어머니를 닮은 뽀얀 숭늉까지
아낌없이 주고 싶은 여자

 

<오숙희 프로필>
- 2013년 광진문학 시부문 신인상
- 2014년 신사임당 백일장 입상
- 광진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재무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