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메갈로케로스 (Megaloceros)

곽영애/시인, 성동문협 회원

2021-08-11     성광일보

              메갈로케로스 (Megaloceros)
                                                         곽영애

병원에 입원하고 나올 때마다 나를 잃어버렸습니다

처음 병실을 나설 때 걸음을 잃어버렸습니다
땅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그때 비로소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입원실을 나오던 날 
쏟아지는 비의 감각을 잃어버렸습니다

비에 흠뻑 젖은 낙엽에도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그날에야 볼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병원 문을 닫고 나선 
나지막한 저녁
머리에 솟아난 뿔 하나가 잿더미에 떨어졌습니다

하늘이 새파랗게 질렸다는 것을 그 순간 겨우겨우 알았습니다

나를 잃어버릴 때마다 별과 달 사이로 흐르는 
종족의 비애가 
서슬 퍼런 풍경소리에 포효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어) 큰뿔사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