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원산도에서

이민자/시인, 성동문협 사무차장

2021-08-11     성광일보

      원산도에서 
                      이민자

 

소라 낙지 주우려고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투망을 던져 물고기를 
잡는다는 덩치 큰 남자
달빛을 타고 잠들었던
일행들을 깨웠다

물길 따라 들어가는 바다는
검고 뾰족한 자갈들이 운동화
사이로 발바닥을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와 
조심스럽게
걸어야 했다

사방은 컴컴하고 
넓은 바다 갯벌
플래시 불빛 있는 곳 
사람들 소리 소란스럽다

넓은 웅덩이 물이 
고여 있는 곳에
술 취해 비틀거리는 
남자 투망을 던진다

부채처럼 쫘악 퍼지는
망사에 숭어 대여섯 마리
주꾸미 몇 마리 갇혔다

퍼덕거리는 숭어를
갯벌에 놓으니 
머리와 꼬리를 바닥에 
힘 있게 툭 툭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