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詩마당] 봄을 마시다

김동기

2021-08-17     성광일보

   봄을 마시다
         
               김동기

꿈인가요
봄이라는 당신은
처음이요 시작입니다
봄이라는 당신은
거룩한 사랑이십니다

봄이라는 당신은
긴 겨울 보내고 오신
경이로운 생명입니다
희망과 용기십니다

그대는
봄풀 같은
초록으로 오십니다
싱그러운 다색의 봄꽃과
그윽한 봄향으로 오십니다
나는 그대의 시크한 실체를
햇볕에 젖은
벅찬 가슴으로 마십니다
청정향기를 마십니다

내가
당신에게
사랑한다 말해도 될까요
손을 내밀어서 어루만져도
괜찮하시겠어요
혹여나 평생 동안 섬기며 산다고
고백해도 그냥 말없이 가시지 않겠죠

당돌한 나의 미소를
용서하시겠는지요
봄이여
사랑하기에
나만의 봄은 아니지만
남몰래 두고두고
함께 지내고 싶은 날이네

김동기

- 한겨레문학 등단
- 광진문인협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