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뿌리의 계단

김원홍/시인, 성동문인협회 회원

2021-08-30     성광일보

         뿌리의 계단
                            김원홍

울퉁불퉁 튀어나온 소나무 뿌리
어쩌다 비좁은 틈새
비탈길을 기어가게 되었을까

등산객들의 오가는 발길에 
밟히고 차이면서
깊게 패인 상처들

모진 풍상 견뎌내며
지난한 고통의 흔적으로 
층층이 다져진 외로움의 한 생애였다

아무 내색 없이 묵묵히
뚝심을 가르쳐주고 있는 
믿음직한 등산의 길잡이

적진 앞에 선 장수
목숨을 다하여 
진지를 지키듯
사계절 산등성이 받치고 있는 기개
비장하기까지 했다

나는 그의 슬픈 세월을 딛고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다

-신작 시집 《뿌리의 계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