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 詩마당] 풍 장

권정희

2021-10-07     성광일보

            풍 장
                        
권정희

남의 살을 먹는 것은 눈물겨운 일이다
한때는 그들 또한 검붉은 심장으로
그들의 세상 안에서 뜨겁게 살았으리

해풍에 수백 번은 더 죽었을 그들의 몸
부릅뜬 두 눈에서 슬픈 것이 어린다
그들은 세상에 풍장 된 바다의 눈물일까

맹렬히 타올랐을 생의 열긴 사라지고
바다의 기억들은 가시처럼 박혀있다
뼈까지 스며든 한기, 꽐꽐 쏟는 빈 생들

 

<권정희 프로필>
- 2015년 《시와소금》 신인상 당선,
2016년 시집 『별은 눈물로 뜬다』,
2016년 천강문학상 시조대상 수상.
2014 광진문학 신인상,
제9회 3.1절 만해백일장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