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노 섬

이옥희/성동문인협회 회원

2021-10-27     성광일보

       노  섬
               이옥희

달빛이 달력을 넘기고 있다

능선 타고 내려온 달물결위로
눈썹 없는 소리 찰박찰박 건너오고
달속에 있는 두꺼비 등 밟는 여우

열두 달 터는 소리 수수수 쏟아진다
한 해 힘겹게 끌며 
말갛게 우려내는 달빛

나이대로 자리를 정해 
그늘 쌓이는 서에서 동으로 도는 역행

서로 윗자리를 차지하려는 노루의 잔치
어둠 한 가운데서 푸른목숨들이 공존한다

농익은 암송 설익은 묵송으로 
불룩한 불행이 오목한 행복으로 태어난다

매듭달 가고 해오름달 오면
셀레네 뿔달린 암소타고 
달빛이랑마다 순찰 돈다

서쪽하늘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노섬상좌기
고리 떨어진 묵주를 돌린다

달빛은 목숨을 솎아내는 빛이 아니라 목숨을 잉태하는 달

*노섬 : 달을 달리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