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퀴어축제, 문화의 소통의 장

조아라/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2021-11-23     성광일보

미국 FX 드라마 ‘포즈(POSE)’는 1980년대 미국 뉴욕을 살던 성소수자들의 공동체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은 가정에서 존재를 부정당하고, 사회에서도 거부당한다.

주류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은 이들은 깊은 밤 지하로 내려가 그들만의 무도회를 연다.

포즈 시즌1 1화를 보면, 무도회에서 열리는 경연을 위해 궁중 복식전을 열고 있는 박물관을 찾아가 옷을 훔쳐온다. 경연에서 이겨도 상금 하나 없이 트로피만 받지만, 이들은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무도회가 그들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무도회장은 이들이 같은 성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장소이자, 밖에서는 표현할 수 없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장소이다.

무도회장이 1980년대 미국의 성소수자들의 만남의 장소의 역할을 해주었다면, 오늘 날 한국의 성소수자들에게는 퀴어 문화 축제가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다. 2000년도 제 1회 서울 퀴어문화축제를 시작으로 현재 경남, 대구, 부산, 서울, 인천, 전주, 제주등 다양한 지역에서 열리고 있으며, 그 중 서울 퀴어문화축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가 되었다. 퀴어축제는 화려한 드랙메이크업, 보깅 댄스를 볼 수 있는 퀴어 퍼레이드를 비롯하여, 성 소수자들을 조명하는 여러 문학 작품 기고 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되어있다. 또한, 한국퀴어영화제는 성소수자들을 수면 밖으로 꺼내면서 이들의 인권과 삶에 대해 말한다.

<포즈>에서 블랑카는 부모의 장례식 참석도 가족들에게 질타 받을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는 게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그런 블랑카에게 무도회란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자신도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존재하고 있지만 이야기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이런 자리가 더욱 더 많이 마련되어야기에 아직은 낯설고 이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수면 위로 올라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