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개발로 옛날 동네는 사라지고 4백 살 은행나무는 말이 없어

[서성원의 엉뚱 발랄 성동 이야기] (36)왕도동 은행나무

2021-11-24     서성원 기자

성동구에는 보호수가 9그루입니다. 이 중에 성수동에 6그루가 있습니다. 많은 편입니다. 성수동 회화나무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옥수동 미타사 느티나무도 서너 번 봤습니다.  
왕도동 은행나무만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여름에 은행나무를 찾았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신문에 소개하려는데 아쉬웠습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올해 가을, 샛노란 은행나무를 만났습니다. 아름다운 은행나무를 소개하려 합니다. 역시 은행은 가을이 최곱니다.

 

◆ 왕십리도선동 은행나무를 소개합니다.

보호수는 나무마다 고유 번호가 있습니다. 은행나무 번호는 서 4-4입니다. 나이는 440살로 추정합니다. 사진에 나온 것처럼 성동구에서 관리합니다. 보호수 지정은 서울시가 하고 관리는 지자체가 맡습니다. 
440살이면 나이가 많은 걸까요? 아뇨. 은행나무는 오래 사는 나무로 유명합니다. 최근에 미국과 중국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에 따르면, 3000년까지 살 수 있답니다. 우리나라에도 천 살로 추정되는 나무가 있지요. 나무가 크고 우람한 것은 혜화동 성균관대 캠퍼스에 있는 은행나무가 유명합니다. 수종사에도 오래된 나무가 있지만 용문사 은행나무는 위용이 대단합니다. 
왕십리도선동 은행나무는 텐즈힐 아파트 단지 안에 있습니다. 은행나무 주변은 높은 아파트 건물들입니다. 은행나무보다 훨씬 높은 건물들입니다. 다행인 것은 나무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했다는 점입니다. 청계어린이공원입니다. 은행나무 외에 어린나무도 있습니다. 친구가 있으니 다행이지요.

◆ 왕십리 뉴타운 개발은 은행나무에겐 최대 위기

서울시가 2002년에 뉴타운 예정지를 발표합니다. 왕십리, 은평, 길음은 뉴타운 시범 구역이었습니다. 시범 구역인 만큼 재개발도 시범적으로 추진했겠지요. 주거 환경이 좋아지는 대신에 옛날 동네의 모습은 모조리 사라집니다. 
옛날의 은행나무 모습을 찾아낼 수 있을까 염려했습니다. 그런데, 은행나무 사진이 있었습니다. 뉴타운 개발을 앞두고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왕십리뉴타운 조사보고서를 만듭니다. 보고서 안에 은행나무 사진이 남아있었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
그것만으로 부족했습니다. 김형덕 씨를 만나 은행나무 얘기를 들었습니다. 김형덕 씨는 뉴타운으로 개발되기 전부터 왕십리에 일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재개발조합에 임원을 맡아서 은행나무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 아파트 사람들에게 축제를 만들어주는 은행나무

왕십리도선동 은행나무는 재개발로 인한 변화의 시기를 지나서 지금은 아파트 사람들에게 축제를 선물합니다. 김형덕 씨의 말에 의하면 전에는 단오 무렵에 축제를 열기도 했답니다. 어린이를 위한 놀이, 먹거리 장터도 여는 등. 성동구의 지원으로 열리는 축제에서 앞으로는 주민이 주도하는 날이 오겠지요.

오늘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