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그렇지

이경호(시인/성동문인협회 이사)

2021-11-29     성광일보

          그렇지
                    이경호

바다는 수심으로 파도를 키운다
 
가시를 발라먹은 손가락
받아들일 수 없는 어둠
이러지도 저러지도 꼼짝할 수 없는 궁지
파도가 온몸에 푸른 흠집을 내도
밥에 섞인 모래 씹는 기분으로
바람을 걸러내는 모래
 
깊고 캄캄한 바다 푸른 밑에는
긴 창과 단단한 칼로 무장한
사람 사람들
성난 짐승으로 사납게 무리 져 오는 비린내
 
낚싯배는 미끼 속에 바늘을 내리고
해초 사이를 비집고 다닌다
귀속을 간질이는 물결
눈동자를 파고드는 날갯짓
부서지는 바람 소리
끌어안고 뛰어내리는 절벽
깨지면서 길을 연다
 
어둠을 찌르고
부서지는 방향으로
넓고 하얀 바다가 고요의 심지를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