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로 가고 싶은 바이올렛 / 글 서울숲

2022-02-14     서성원 기자

 

 

 

 

 

<br>​​​​​​​해피

바이올렛은 동네에서 유명했다.
그녀는 원피스를 즐겨 입었다. 그렇다고 아무 날이나 입는 건 아니었다. 살랑 바람이 부는 날, 원피스를 입곤 했었다. 원피스 자락이 피부를 스치면 좋았다. 
그런 날은, 바이올렛 자신만 기분 좋은 건 아니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들까지 마음 설레도록 만들었다. 살랑거리는 원피스와 찰랑대는 긴 머리칼은 누가 봐도 아름다웠다.
바이올렛에게 친구들이 이렇게 물을 때가 있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이다.
“바이올렛, 넌 어떤 때가 행복하니?”

바이올렛, 역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답했었다.
“두말할 것 없이, 아이스크림 먹을 때지.”

그러면 친구들은 까르르 웃었다. 아이스크림이 아닌 다른 걸 상상하며 웃는 웃음이었다. 
바이올렛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긴 했었다. 그렇다고 아이스크림 먹는 게,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일 거라고 여기진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어쩌면 그게 진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십 대 소녀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말하긴 뭣했다. 

그런데 바이올렛에게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자고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커피를 마셨더라도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했다. 그런 날은 이상하게도 행복했다. '아, 인생 별거 아니구나. 아이스크림이 행복이구나.' 아이스크림 남자와 미래를 약속하고 싶었다.
어느 날, 아이스크림 남자가 바이올렛에게 말했다.
“찬 걸 자주 먹어서 그런지, 종종 배앓이를 해.”

남자는 아이스크림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바이올렛의 사랑은 검은 하트만 남고 말았다. 바이올렛은 모든 걸 정리하고 조용하게 살았다. 열정적인 사랑은 또 그만큼 큰 상처가 남게 된다는 것을 아니까, 열정 사랑은 여러 겹의 보호막 속에 가두었고 나무 꼭대기 같은 곳에다 올려놔 버렸다. 그리고는 잎을 떨쳐낸 나무처럼 그렇게 살았다. 

세월이 흘렀고, 겨울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크라밧이 나타났다. 바이올렛의 마음은 서서히 크라밧에게로 기울었다. 크라밧은 소년 같았다. 바이올렛은 크라밧에게 흔들리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네처럼 흔들리는 바이올렛이었다. 그녀는 크라밧과 함께 하기 위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그것은 나뭇가지에 큰 나뭇가지를 덧붙이는 짓과 다르지 않았다. 

발렌타인 데이, 바이올렛은 크라밧을 불렀다. 흔들리는 마음을 전하려고 추운 날에도 원피스를 입었다. 그녀는 크라밧도 그네에 앉아주기를 바랬다. 그녀는 크라밧이 좋아할 것으로 생각되는 세 가지 선물을 내밀었다. 크라밧은 선물을 받아서 등 뒤로 감췄다. 뭔가 달랐다. 크라밧은 그네에서 내릴 듯 말 듯, 웃기만 했다. 바이올렛의 마음은 심란하다.

·최제희 작가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 
♤재밌는 생각으로 행복과 밝은 에너지를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 연무장길에서 <티티팩토리>를 열고 활동하고 있음. ♤titijehee@naver.com

 

 

 

 

 

·서울숲 작가
○글 쓰고 사진 찍는 작가 
○'울숲'은 동네 울타리가 되는 숲을 말하는데 성수동 동네 사람으로 살고 있음. 
○in.seoulsup@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