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 매듭을 읽다

2022-02-14     성광일보

쌀자루 꽉 옭아맨 매듭이 옹골지다

물꼬 터진 논바닥에 하늘을 버무려서 태풍이 끊어놓은 짧은 길도 담
았는지 택배가 들고 온 쌀자루 풀지 못한다 논배미의 벼뿌리 사이 굳
어 버린 아버지 손가락, 얼룩빼기 황소의 방울소리도 담겼는가? 거친
손 핏빛 지문이 쌀자루를 물고 있다 피를 뽑듯 뽑아내도 우거지는 외
로움을 엉킨 길의 암호처럼 해독조차 할 수 없다

어둠 속 시퍼런 달이
이랴! 하고 일어선다

장은수
- 국제펜 한국본부, 오늘의 시조,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 열린시조학회 명예회장, 광진문협 고문, (사)한국예총 광진지회장
-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대상,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수상
- 시조집 《서울 카라반》 《새의 지문》 《풀밭 위의 식사》
- 시집 《전봇대가 일어서다》 《고추의 계절》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