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눈꽃에 반쯤 가려진 동백꽃

이민자

2022-03-11     성광일보

눈꽃에 반쯤 가려진 동백꽃
                                   이민자

바닥이 붉었습니다
빨간 물감을 뿌려 놓은 것처럼

무지갯빛 해안도로 동백꽃을 
가져와 선홍빛 파도를 마셨습니다

에코 랜드 곶자왈에  
눈이 내리던 날 
하얀 옷을 입고 글썽이는 
붉은 꽃잎을 보았습니다

반쯤 가려진 꽃잎이
눈물을 머금고 반깁니다
떨고 있는 동백이 안쓰러워 
봄이 금세 올 거야
말해주고 돌아서는데 

툭 오가지채 떨어져 버립니다
나는 떨어진 꽃을 가져와 
우리 집 베란다
동백나무 밑에 내려놓았습니다

그가 미처 하지 못한 마지막 말을 듣고 싶어서

- 시인, 
- 성동문인협회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