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실험용 쥐가 된 그녀

- 김현주

2022-03-25     성광일보

실험용 쥐가 된 그녀
                          김현주

올것이 왔다
바이러스 봇물이 터져 온 지구가 빙빙 돈다
모두가 실험용 쥐다

그녀도 몸에 백신을 넣는다
어떤 이는 멀쩡하고
어떤 이는 사멸한다

그녀는 어두운 곳으로 스며들어
입에 꼬리를 물고 네발로 빙빙 돈다
온몸이 소용돌이치며 흰 몸뚱어리에
붉은 물집이 솟는다

실험용 쥐들은
얼음장과 불길에 몸을 유린당한 채
인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생을 바쳤을까

그녀는 
유리 상자에 갇혀
실험쥐가 인증한 주사를 맞고 약을 먹는다
실험쥐가 인증한 식욕 당기는 약도 먹는다
실험쥐가 만들어놓은 것들이 
몸을 다스린다

왔다 올 것이
그녀에게 쥐의 피가 흐른다
붉은 물집이 사그라지자
나달나달하던 발목 단단해진다

김현주

시인,
성동문인협회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