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산속의 여름

김근당/성동문인협회 소설분과장

2022-06-15     성광일보

하늘이 파란 홑치마처럼 덮여 있는
산속 깊은 곳으로
길은 자꾸만 들어가는데

당산속의 여름

저만치 햇빛에 목욕하고 있는
과일 더미가 보인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차가 멈춰 서자
화들짝 놀라며 일어서는 여자
얼굴은 덜 익은 복숭앗빛이다

보일 듯 말 듯 
나뭇잎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처럼
웃고 있는 여자
옷섶에 묻어 있는 여름 냄새에
여리고 진한 색깔의 복숭아 한 무더기를 샀다

수액과 빛깔이 살아나며
살갗이 터질 듯이
실핏줄이 툭툭 불거진 복숭아

한 입 깨물자
열리는 살 속에서 아! 하는
깨끗한 정사情事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싱싱한 맛과
키 큰 미루나무의 매미 소리

여자는
산그늘에 젖어
파란 하늘을 향해 발돋음하고
때 묻은 적삼 사이로 드러나는 연한 가슴
불어오는 바람의 싱그러운 냄새에
풋풋한 젖무덤이 익고 있었다

김근당

성동문인협회 소설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