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산에 오르며

조진태 작가

2022-11-25     성광일보

더러는 탐내고, 더러는 시샘하고, 더러는---
그런 것 다 접어 두고 
산에 오른다.

잠기고 흐른 시간 청산에 내려놓고
꽃인 듯 구름인 듯
산처럼, 하늘처럼 살자 싶어
산에 오른다.

살아온 세월 바람에 날리고
간절한 소망 작은 기도로
이 세상 끝까지 건강히 살고파
산 향기, 산 정기에 영혼을 헹구려
산에 오른다.

비상하는 새 되어
늦가을 햇살에 억새꽃 백발 휘날리며
산 내음 지천인  5부 능선 돌아들면
연두 빛 뻐꾹새 울음소리
하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오르내린 산행 길에 
풀꽃 내음 끌어안고
흐르는 세월 빗겨 
돌아 누운 무덤 하나
배시시 물든 저녁 놀 
돌아 본 그리움일랑 청산에 묻어 두자.

산이 날 불러 
산처럼 살라하고
세상사 잊어라 하네.
산이 있어 내가 오르고
내가 있어 산에 오르니
천년 세월 마다 않고 또 오를거나.

산에 올라 철든 인생
참살이 이제야 터득했네
세상사 다 그런 것을
거듭나는 아픔 서러운 눈빛에도
산이 벗돼 주니 외롭지 않고
그래서 오늘도
산에 오른다.

※지은이
시집 <내 그렇게 살고 싶다> 외 소설집<비목(碑木)> 등 40여권의 창작집이 있으며 최근에 장편소설<찬란한 저녁놀>을 상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