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곱

이 옥 시인, 성동문인협회 회

2023-02-28     성광일보

어둠은 보이지 않는 후회까지 볼 수 있어 비싸다

수많은 바람 품어 키운 곱향나무
향이 곱으로 들어있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새 떼 날다
유리 벽에 부딪혀 생을 마감하던
곱셈을 할 줄 모르는 새는
곱게 죽는 확률도 알지 못한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새가슴 아래로 흐르는 슬픔
속도의 곱으로 떨어질 때마다
건물은 끝없이 높이 치솟는다

불협화음 빌딩마다 둘러진 유리
날지 말고 살라 한다 

짧은다리로 졸음에 겨운 햇빛을 닫는 어스름
곡선 높이의 곱은 절망의 곱과 같아
바닥에 떨어진 달빛이 날갯죽지 핥아주고 있다

고운 깃털을 뽐내던 날은 손가락 곱지 못해 
하늘과 땅의 곱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절대음감마저 휩쓸고 가 
네 곱 다섯 곱 곱곱절 더 슬픈 하모니

이 옥
시인, 성동문인협회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