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동감

이상호 시인.성동문인협회 이사 한양대 명예교수

2024-01-11     성광일보

자고 나면 병이 멋대로 흩어져 있고
마신 사람(들)도 흩어져 보이지 않아

날마다 나는 빈 병만 보는 단조로운 사람이 된다.
병 들 고 잠시 병든 마음을 비우던 사람은 못 보고

걸핏하면 나는 꿈꾸는 나는 몸이 너무 무거워
병든 사람을 보면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마주하기 민망해 슬쩍 옆길로 빠져나가며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몰라 더 민망해

하염없이 딴 길로 걸어간다. 
하염없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엉엉 울 줄 아는걸 보면 영영 벌레는 아닌 것 같은데
따져 들면 벌레와 다른 게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르면서

울음 하나로 자존을 지키려는 옹졸함이라니
사람이든 벌레든 병들면 죽기는 마찬가진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