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코너〕시가 있는 흔들 의자

꽃나무가 있는 언덕길 / 김금래

2014-07-25     이주연 기자

꽃나무가 있는 언덕길

언덕길에 활짝 핀 목련
누가 심었을까요?

꽃 심은 사람이 무슨 부탁했는지
이른 봄 서둘러 피어납니다

길이 녹았다고
어서 올라오라고
언덕 아래로 하얀 손짓합니다

신문 배달 자전거가 올라옵니다
생선 차가 올라옵니다
고물 손수레가 올라옵니다

봄빛 환한 산동네로
마술처럼 술술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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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놀라운 기적은
나무가 속에 꽃을 품고 있는 것이다.
절망 속에 희망처럼
그 단단하고 거친 나무속에
그렇게 보드라운 꽃잎이 들어있다니!
연탄재가 쌓인 달동네를 오르다 보았다
활짝 핀 목련나무 한 그루
그 순간 비탈길이 어찌나 환하던지
나도 몰래 이끌려가 꽃잎을 만져본 적이 있다.
누가 집을 두고 길가에 목련을 심었을까?
가난해도 행복한 길이 있다.
세상 힘들고 거칠어도
속이 꽃잎 같은 사람이 있으니.

김금래 시인

제7회 서울시 공모전에서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
동시 <사과의 문> 으로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제17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에서 동시 수상.
동시집 <<큰 바위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