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코너〕시가 있는 흔들 의자

호박꽃 속상해 / 김금래

2014-07-25     이주연 기자

호박꽃 속상해

호박꽃도 꽃이냐?
놀리지 마!

호박꽃 속상해
옆집 누나처럼 성형할지도 몰라

장미꽃으로 변신해
호박 대신
가시 숭숭 달지도 몰라

호박나물, 호박전, 호박죽, 호박엿
다시 못 먹으면 어쩌니?

싹싹 빌어도
흥! 예쁜 게 최고라며?
콧방귀나 뀌면 어쩌니?

호박꽃 화내기 전에
제발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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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도 꽃이냐?
못생긴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호박이 그 말을 듣는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밭가나 둑길이나 심기만하면
열매를 매달아 우리를 먹여주는 호박.
호박꽃을 보면 앞치마 두르고
부엌에서 열심히 일하는 누이 같기도 하고
배고프던 시절 공장에서 일하던 산업역군 같기도 하다.
또한 달밤에 호박꽃을 보면
늦도록 호롱불을 밝힌 어머니 같기도 하고
남들 모양내고 향기풍길 때
호박꽃은 일만하는 머슴 같기도 하다.
헐렁한 무명삼베 옷처럼
크고 넉넉한 품새를 지닌 꽃.
요즘은 성형이 붐이다.
만사제치고 일단은 예쁘고 보자는 것이다.
강남의 12층짜리 건물에 성형외과가 9개나 있는 걸 보았다.
예뻐서 나쁠 건 없지만
정말 소중한 그 무엇이 사라져가는 것이 아쉽다.

김금래 시인

제7회 서울시 공모전에서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
동시 <사과의 문> 으로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제17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에서 동시 수상.
동시집 <<큰 바위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