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광진詩마당] 안전지대

person
| schedule 입력:

강  물 시인

노을이 짙어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오래된 집이 하나 있다

얼기설기 엮을수록 허물어지는 마음
누구에게도 젖어들지 못하는 날이면
나는 그곳의 문을 민다

멈춰 있는 풍경 속엔 마당 가득 좀생이별이 내리고

이슬 채는 풀섶에 반딧불이가 나는 초저녁을 거슬러 오르면

토란잎에 물방울이 톡톡 돋을 때
꺾어 쓴 잎사귀는 바람에 나붓나붓 날리고

하지감자가 자줏빛과 흰 꽃대를 밀어 올리는 오월

아카시가 성근 그물을 공중에 펼치면
잉잉거리며 모여드는 벌들
복숭아꽃잎이 명지바람에 나울나울 날아가는 비탈진 과수원 아래

대청마루에 두레반 펼쳐놓고 국수를 미는 할머니 곁에서
국수 꽁댕이를 얻어 화롯불에 부풀리던

나이 먹지 않는 젊은,나의 일가가 거기 그대로 있다

고추가 붉게 익는 이랑 사이로 들끓던 여름이 고스란히 거기 있다

강  물
강  물

강  물
세종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4년 광진문인협회 신인상
2023년 서정시학 등단
한국문인협회,광진문인협회 이사,
사임당시문회, 시사랑회 회원
미래서정 문학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