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어머니의 마음
[수필] 어머니의 마음
  • 성광일보
  • 승인 2023.07.2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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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관
수필가/성동문인협회 이사
함영관 / 수필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벌써 33년의 세월이 흘렀다. 내가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보다 나이가 많은 늙은이가 되었다. 새삼스레 어머니의 따스했던 가슴속을 뒤집어 보고 싶은 마음이 뜬금없이 일어났을까? 그 당시에도 84세면 장수하셨다는 말로 조문하러 온 조문객은 상주인 나를 위로했다. 이제 나는 어머니 나이보다 삼 년을 더 살고 있다. 지금 엄마를 생각하면 옛날 어린 시절 엄마에게 응석 부리던 생각이 나서 마음이 짠하다.

초등학교 시절 도시락 반찬이 매일 똑같은 것으로 무장아찌만 싸준다고 도시락을 팽개치고 아침도 먹지 않고 학교에 갔다. 둘째 시간 수업 중에 교실 밖 유리창에 비친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깜짝 놀랐다. 엄마가 학교까지 오시리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옆자리 친구들이 수군거리면서 너의 엄마가 오셨다고 말했다. 나는 뛰어나가 “왜 오셨어요”라고 응석이라도 부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이 나가셔서 도시락을 받아 들고 오셔서 내게 전해 주셨다. 엄마는 말 한마디 없이 돌아가셨다. 어린 내 마음에도 아들이 다니는 학교를 처음으로 오셨다가 그냥 돌아가시는 길이 먼 거리였는데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셨을까?

그날 어머니가 가지고 오신 도시락 반찬은 내가 좋아하는 새로운 반찬 이었다. 옆에 친구들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나는 집에 돌아가서도 엄마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 한 수줍은 어린이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후회스러운지 모르겠다. 

결혼 후에는 어머니가 다니시던 친목회 모임에서 3박 4일 제주도여행을 가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4남매를 키우며 힘들게 살아가던 때였기에 여행을 보내드리지 못했다. 내성적이신 어머니도 속마음으로 아쉬움이 크셨으리라. 

어머니는 그 후 여행 다녀온 분들의 제주 여행지에서 찍은 말도 타고 바닷가에서 함께 즐기시는 사진을 보셨다. 아무 말씀도 없이 다녀온 그들의 자랑 끼를 들으셨다. 어머니의 마음은 아쉬움과 부러움의 마음이 당신을 괴롭히셨을 것이다. 

아무리 자애로우신 어머니의 마음도 자식들이 몇씩이나 있는데도 여행을 가시지 못해 몹시도 속상하셨을 것이다. 그 옆에서 바라보는 이 자식의 마음도 자괴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내 마음이 아프다.

또한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머리에 쪽을 치고 계셨다. 그때 많은 할머니가 쪽 찐 머리를 풀어 잘라내고 간단하게 파마를 하셨다. 그래서 쪽진 할머니는 드물었다. 누님들과 나는 어머니에게 쪽 대신 시원하게 파마를 하시자고 권유했으나 승낙을 하지 않으셨다. 어느 날 어머니는 나에게 조용히 할 말이 있다고 하셨다.

“쪽지는 것은 나도 불편하다. 만일 내가 죽어 저승에서 너의 아버지를 만나면 나를 알아보지 못할 거 같아서 쪽 찐 머리로 너의 아버지 곁으로 가겠다.”라고 하셨다. 나는 어머니가 쪽을 찌고 사신 것이 3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간직하며 사셨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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