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연
시인/성동신문 이사
시인/성동신문 이사
천변에 가난보다
더 흰 이팝나무꽃이 만개했다
궁핍하게 기워 진 세월의 주머니에
만손을 찔러넣고 기울여 보는 지난 시간
여전히 헐렁하다
바람이 어루만지고
간 풀꽃 위에
살며시 앉아 본다
가벼워 꽃 보다 가벼워
지문조차 남기지 못한
한 삶의 페이지를 열어
물결치는 눈물의 등고선을 따라간다
당신이 그리고 간 발자국 위를
세상과 무연한 듯 불어간 마음자리
만나고 헤어짐의
교착접에서
세상보다 밝고
청빈한 이팝나무꽃
한소끔 주머니에
넣고 간다.

이주연
시인/성동신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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