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업이 만난사람] 매주 수요일 LP싸롱 여는 사람들
[원동업이 만난사람] 매주 수요일 LP싸롱 여는 사람들
  • 원동업 기자
  • 승인 2024.04.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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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려다 보니 먼저 채워졌다. 우리의 장미, 나의 빵”
인연의 고리 잇고, 공간도 서로 연결! 낡은 LP판의 힘 증명

[성동신문x북콜로지 공동특별기획] 삶은 어떻게 콘텐츠가 되는가?(5)

왼쪽부터 정지영, 정호열, 원동업, 민권식.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협업이 작은 기적을 가능케 한다<br>
왼쪽부터 정지영, 정호열, 원동업, 민권식.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협업이 작은 기적을 가능케 한다

오늘의 작은 공연은 어제의 크고 긴 준비를 필요로 한다. 먼저 시간과 장소를 정하여 공연자와 관객은 만나야 한다. 바쁘고 번잡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얼마간의 시간을 뺀다는 것 역시 드문 일이다. 그래서 기획된 내용을 알려줄 참신한 홍보물도 제작돼야 한다. 현장에서 최상의 공연을 내보이려면 조명과 무대가 필요하다.

고품질의 스피커와 앰프와 사운드믹서는 기본이다. 이를 운용할 공간과 전원이 완비돼 있는 공간은 이미 필요조건이다. 관객석 또한 편안해야 한다. 음악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니까. 음원과 적절한 거리와 각도 또한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맨카페에 공연장을 준비할 때는 더 그렇다. 콘텐츠는 관객과 적당한 관계를 이미 맺고 있어야 한다. 아예 모르는 내용에 고객은 오지 않는다. 너무 잘 아는 내용이라면 굳이 수고를 내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모든 공연은 사람이 준비하고, 사람이 온다.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일이다. 

춘분 일주일 전인 3월 13일 수요일 오후 일곱 시. 성동50플러스센터(센터장 이정아) 카페봄이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엔 식당으로도 쓰고, 늘 카페로 운영되는 이곳은 이미 작은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센터 현관엔 LP싸롱 홍보 입현수막이 걸렸다. 편안한 소파에 앉은 이들은 곧 대형 스피커를 통해 들려올 LP음반의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부터 앞으로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귀는 호사를 경험'하게 될 터다. 이 행사를 기획-섭외-세팅 및 진행까지 맡고 있는 LP싸롱 사람들을 만났다. 5회차 음악여행을 마친 4월 17일의 저녁이었다. 

◆성동50플러스에 마련된 문화의 공간 풍성하다

- 벌써 5회의 '공연'을 했다. 공연 때마다 좌석이 가득 찼고, 오늘은 젊은 여성분들까지 자리를 채웠다. 쉽지 않은 행사일 텐데 먼저 이곳서 열리고 있는 이 LP싸롱의 의의를 말하자면?

“오늘 오후에 성동구청 대강당에서 컨퍼런스가 열렸다. '당당한 노후를 함께 이야기하다!'는 주제로 열린 성동50플러스센터 개관2주년 행사였다. 강당을 가득 채운 이들은 '빵과 장미'에 대해 논했다. 나는 50살 이전과 50살 이후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전까지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자기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느냐가 경쟁력이다. '장미'는 '빵'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힘과 연결된다. 자신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갖췄던 능력과 재능을 남들을 위해 발휘하면 공간이 열리고 기회가 계속 생긴다. 우리들이 함께 만들고 있는 이 엘피싸롱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 민권식

- 기획자 민권식 선생을 포함해서 여러 사람의 협업으로 이 LP싸롱이 진행되고 있다. 어떤 여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지난해 늦가을 무렵, 시골에 있는 우리 집에 민권식 선생이 방문했었다. 내가 보유하고 있던 LP판과 악기를 본 후, 민선생이 내게 권했던 공간이 방이동의 LP카페였다. 몇 번 그쪽 카페 모임에 참여하면서 나도 다른 형태의 음악모임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성동50플러스에서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제안을 민선생이 하셨다. 그걸 센터측이 흔쾌히 받아 도와주셔서 일을 벌일 공간이 마련됐다. 카페에서 만난 정호열 선생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무엇보다 오디오쇼에서 양성진 대표를 만나 하드웨어인 최고급 오디오를 확보할 수 있었다. 우연 같은 기적이 현실화되면서 꿈이 이뤄졌다. 이충원 선생은 이 행사의 홍보물 디자인을 맡아 화룡점정을 했다.” - 정지영

“이것도 일종의 음악 공연 아닌가. 사운드를 들려드리는 일이 되게 중요했다. 처음엔 정호열 선생이 명랑운동회 때 쓰던 스피커를 연결했는데 소리가 영 아니었다. 황용득 사장님이 장비를 좀 도와주셨는데 역시 완벽하지는 않았다. 카페서 오고, 우리 것도 조합해 썼는데, 그게 잘 안 맞는 거다. 이거 가지고는 도저히 관객들과 만날 수 없다고 하던 찰라에 코엑스에서 오디오쇼가 열린다는 정보를 들었다. 무작정 간 거다. 거기서 만난 분이 오디오케이블 전문업체를 운영하고 계신 양성진 사장님이었다. 사정을 듣고는 직접 집에 있는 걸 떼 와서 여기에 설치해주었다. 1년 내내 시스템이 여기 있어야 하니, 얼마나 큰일을 하신 건가. 스피커 말고 시스템에 쓰인 앰프만 4개다.” - 민권식

LP싸롱 1회차 공연후 참석자들이 함께 했다. 좌로부터 민권식(여섯번째), 양성진(여덟번째), 정호열(아홉 번째), 정지영(열 번째), 최지인(오른쪽 끝)

◆오늘의 작은 공연엔 어제의 긴 인연과 협력 있었다

소리는 턴테이블의 계곡을 바늘이 긁으면 믹서와 앰프를 거쳐 스피커로 연결돼 재생된다. 스피커로 연결되는 케이블은 엄지발가락 만큼 굵었다. 흥미로운 건 이 케이블의 방향도 지정돼 있다. 삼각형의 방향표시가 맞지 않으면 스피커는 미세하고 깊고 때로 둥둥 울리는 듯한 소리를 충분히 내지 못한다. 이 '공연'은 음악과 과학과 기술의 협연이고 협업이다. 협업이란 서로 다른 것들이 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다.

이들이 함께 했던 방이동 카페는 송파에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공간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이다. 동인조경 마당의 대표이자 한국조경사회 명예회장인 황용득 선생의 집 지하를 부부가 1년여에 걸쳐 스스로 꾸민 곳. 공동빌라와 아파트로 가득한 서울 한복판에서, 자신의 집을 '문화공간'이자 '소득창출'을 할 수 있는 대안적 공간으로 바꾼 실험실이기도 하다. 엘피판이 가득한 이곳은 '문화'를 나누고 음식을 파는 식당이자 북카페이기도 하다. 

“그곳 황 사장이 내 대학때 친구였다. 난 프로듀서였고, 황 선생은 엔지니어. 그때 우리 방송국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대학가요제 같은 대학방송대회에 나갔었다. 우린 사람이 죽어 상여가 나가고 묻힐 때까지의 과정을 노래와 음악으로 풀었다. 대상인가를 받았다. MBC에서인가는 춘사 나운규와 아리랑을 콘텐츠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또 상을 받았다. 우리가 실력이 있었지 싶다. - 민권식

- 정호열 강사가 오늘 세 번째의 '재즈 음악여행'의 길잡이를 맡았다. 3월 13일 이 LP싸롱의 첫 공연도 정 강사가 했고. 그 공연뒤 후기를 쓰셨던 아트지인 최지인 님의 블로그를 봤다. 정호열 선생을 가리켜 “천주교 서울대교구 1지구에서 유명했던 입담”이라고 쓰셨던 게 인상적이었다. 

“최지인 작가는 같은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했던 인연으로 이곳까지 와주셨다. 문화예술계의 인플루언서고, 여러 번 개인전을 열었던 화가이기도 하고. 문화공연이 열리면 아나운서 역할도 맡고…. 그분께도 이 공연에서 한 역할을 맡아주십사 하고 부탁드렸다. 일단 하겠다 하셨으니까, 준비를 해주시겠지. 부친께서 플릇 연주를 하시니까 함께 오시면 더욱 좋겠고. 클래식 음악을 미술과 연결하는 어떤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멋진 음악과의 동행을 기대하고 있다.”- 정호열

사회자 겸 안내를 지속하고 계신 분은 민권식 선생이다. 조경업에 종사후 퇴직했다. 재즈에 대해 4회분의 안내를 맡고 있는 정호열은 보험업 현역이고. 2회와 4회에서 각각 비틀즈 & 60년대 팝음악 그리고 한국의 70년대 포크 & 발라드 음악을 안내하고 연주 공연도 했던 정지영 선생은 35년간 한국은행맨이었다. 

◆어릴 적, 혹은 젊어 관심을 가졌던 일들을 더 깊이 파다

- 음악과 처음 어떻게들 인연을 맺었을까 궁금하다. 

“지금은 보험판매를 하고 있지만, 원래는 신세계에서 인사 담당이었다. 조직활성화 이런 것, <호감의 법칙> 이런 KBS방송 프로그램에서 멘토도 하고. 회사에서 산타클로스 옷 입고 행사도 하고. 그때 직원들 대상으로 재즈 연주자 초청 강연을 했는데, 퀴즈를 맞춰 받은 책이 《재즈 잇 업》이라는 만화책이었다. 재즈 평론가이자 <브라보 재즈 라이프> 영화를 만든 감독이자 기획자이기도 한 남무성 작가의 책이었다. 그때부터 재즈에 빠져들었다. MDRT라고 생명보험과 재무서비스 쪽에서 성취를 이룬 이들의 모임이 있다.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전세계 회합이 열렸을 때, 그곳 재즈 뮤지션들을 불러서 회원의 밤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었다. 그때 했던 내용이 1회차 <재즈 100년사>의 기본틀이었다. 어느새 10여년 전이다.” - 정호열

“나는 중2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중고등학교 때 줄곧 성가대에서 활동했다. 방송국 PD가 음악을 모르면 안 되니까, 그때부터 음악 공부를 이것저것 했고. 음악은 마음과 감성을 리듬으로 표현한 것 아닌가. 나는 특별히 그 중에서도 가사에 관심을 갖는다. 노래가 된 시도 좋고, 노래의 가사도 가슴을 때린다.” - 민권식

“중학 시절부터 기타를 취미로 쳤다. 피아노 연주도 즐기고. 클래식이나 팝, 포크와 발라드 같은 다양한 음악들을 즐겨 들었다. 음악은 삶이자 숨결이지. 그건 물과 공기 같은 필수재다. 좋은 노래와 선율을 만나면 기운이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누구든 삶에서 2% 부족하거나 넘치는 부분이 있다면, 그 틈새를 음악활동으로 메꿀 수 있다. 노래를 부르든, 연주를 하든, 음악 감상을 하든, 공연장에서 라이브를 듣든. 어떤 형태로든 음악을 즐긴다면 현재가 더욱 풍성해질 거다. 장담한다.” - 정지영

◆내 안의 속삭임! “저들과 연결되고 싶어. 저런 일 나도 할 수 있겠어!”

생활 속의 음악. 정호열은 아파트 온라인 게시판에서 매주 금요일이면 재즈곡을 한 곡씩 올리는 이에게 댓글을 달아왔다. 그러면서 인연이 모여서 “얼굴 한 번 봅시다”가 됐다. “어디서 볼까요? 음악도 듣고 함께 모여 식사도 하죠!”해서 모였던 곳이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이었다. 

이곳 성동50플러스센터는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손님들에게 화분을 선물한다. 이번 컨퍼런스에선 200여 개를 준비했다. 허브도 있고, 화귤도 있다. 토마토, 수박, 아보카도…. 먹고 버리는 씨를 1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아 배아를 내고 줄기를 뻗은 생명들. 이것을 준비한 이들은 씨생(씨앗에게 생명을), 센터 안의 커뮤니티다. 조경업에 근무하며 수없이 '식물들을 괴롭혔던 원죄'를 갚고자 하는 민권식 선생이 대표를 맡고있다. 민 선생은 아파트에서도 공동체(그들의 이름은 나무와 사람이다) 활동을 한다. 김경내 기자(오마이뉴스)는 그곳에서 만났다. 이 음악여행에 동참하고 있는 김 기자는 행사 기사를 썼고, 커피를 내렸고, 오시는 손님들을 환대하고 있다. 

공연은 매주 수요일 이곳에서 지속될 예정이다. 당근앱에는 'LP싸롱' 단체모임방도 있다. 누구나 검색을 통해 참여도 할 수 있다. 

“우리 LP싸롱은 열려 있습니다. 음악을 소개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연락을 해서 참여하시죠. 강연을 해도 좋고, 역할을 나눠주셔도 환영합니다. 그저 이곳에 좋은 소리를 듣고자만 해도 됩니다.” - 민권식

“자발적 참여가 큰 힘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않기 때문에 자발성이 유지된다. 물론 이런 유지가능성이 장기간 담보되기는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모임의 구성원들이 더 다양해지고, 더 풍부해진다면 모임이 확대 발전할 수 있을 거다. 우리가 직접 하면서, 점차 더 단단한 운영능력을 갖는다는 점, 주위에 선한 사마리아인들을 계속 발견한다는 점, 그리고 좋은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많은 분들을 만났다. 그들에게서 지속적으로 충전 받고 있다. - 정지영 

공연 연출가 남동훈은 세상의 모든 공연들에 대해 이렇게 평한 적이 있다. “제가 보는 좋은 공연은 이런 거예요. 그걸 보는 사람이 저기에 참여하고 싶어! 저런 것을 나도 만들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거죠!”LP싸롱의 공연과 사람들 또한 그랬다. 

※ LP싸롱 참여방법 : 당근 앱에서 동네생활 모임 'LP싸롱'을 검색. 성동50플러스센터 카페봄이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LP싸롱이 열린다. 개인컵 지참, 참여비 3천원, 음료 제공.(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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