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1953년, 그 여름의 대한민국
<특별기고>1953년, 그 여름의 대한민국
  • 성광일보
  • 승인 2016.07.2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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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근/서울지방보훈청장

▲ 이경근/서울지방보훈청장
거리를 걷기만 해도 숨막히는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7월이다. 보통 6월은 현충일과 6․25 전쟁 발발일이 들어있는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6․25 전쟁이 휴전되었던 계기인 정전협정과 유엔군 참전의 날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까지 만 3년 1개월 2일, 1129일간 한반도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38도선을 기점으로 낙동강까지 밀리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서 유엔군이 참전하여 국군과 함께 38선을 넘어 압록강까지 진격하였으나 통일의 문턱에서 중공군의 개입으로 후퇴해야 했다. 그리고 전선이 밀고 밀리면서 전쟁은 기나긴 교착상태에 빠졌다.

국군과 유엔군을 합쳐 17만8천여 명의 전사자와 55만5천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천만 이산가족과 수많은 전쟁미망인, 고아를 만들어낸 이 끔찍한 전쟁은, 마침내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UN연합군 총사령관 클라크(Mark Wayne Clark)와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가 전쟁을 멈추는 협정 문서에 최종적으로 서명함으로써 포성을 멈추었다.

그로부터 60년 후인 2013년, 우리 정부는 7월 27일 정전협정일을 정부 기념일인 ‘유엔군 참전의 날’로 제정하였다. 6·25 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영토와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전쟁이 있었던 이 영토의 국민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었던 전 세계의 유엔참전국과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에 감사하고, 그 피의 대가로 우리가 지금과 같이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음을 ‘기억’하고 ‘보답’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우리는 어떤가? 그저 여름휴가 계획에 바쁘기만 할 뿐 그 날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국민들은 몇 명이나 될지 우려스럽다. 알지도 못했던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이역만리 아시아의 작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을 우리는 잊고 산다. 또한 정전협정으로 인해 남북한의 적대행위는 일시적으로 정지되었지만 전쟁상태는 계속되는 국지적 휴전상태에 들어갔고, 남북 사이에는 정전협정이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경우는 한반도가 유일하다는 사실을, 우리가 처한 현실은 결국 종전이 아닌 휴전이라는 사실 역시 우리는 잊고 살고 있는 듯 하다.

정전 협정과 유엔군 참전의 날을 ‘기억’한다는 것은 아픈 과거와 그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국가와 국민이 잊지 않으며, 국가는 조국을 위한 그들의 희생에 보은하고, 국민은 그들의 희생정신을 승화시켜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나라사랑 정신으로 계승·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손을 내밀어 준 우방국에 대한 ‘감사’와 우리가 지금 누리는 번영과 자유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통일을 향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다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대한민국이 ‘은혜를 입은 나라에서 은혜를 갚는 나라’로 국제사회에 인식될 수 있도록 참전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유지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민족의 비극 6.25전쟁. 3년여 간의 포성이 멎은 지 63년이 되었다. 7월 27일 6.25 전쟁 정전협정일이자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1953년 그 여름, 누가 대한민국을 지켰으며 그 분들이 과연 무엇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면서 싸웠는지를 돌이켜보고 감사와 존경의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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