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수기․생수보다 안전한 수돗물 ‘아리수’
[기고] 정수기․생수보다 안전한 수돗물 ‘아리수’
  • 성광일보
  • 승인 2016.10.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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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묵 시의원
얼마 전 국내 굴지의 정수기 업체의 얼음정수기에서 발암물질인 중금속 ‘니켈’이 검출돼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더구나 이 회사는 1년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소비자 몰래 해당 제품을 교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물을 이토록 허투루 관리하고, 자신들의 허물을 덮으려고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정수기 업체의 모럴헤저드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사실 정수기는 필수 가전제품처럼 여겨진다. 사람들은 집에 꼭 정수기 하나는 있어야 할 것처럼 생각하고, 정수기를 들여놓는다. 그 덕에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많은 기업이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업체는 ‘렌탈’ 정수기를 통해 정수기 시장에서 업계 선두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번 따져봐야 한다. 과연 정수기가 만들어내는 물은 안전한가? 또 우리 몸에 건강한 물인가?
모두 알지만 쉽게 간과하는 것이 정수기는 수돗물을 원수로 한다는 점이다. 집집마다 수도관을 통해 공급되는 수돗물은 그 자체로 이미 바로 마셔도 되는 ‘먹는 물’이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170개 항목의 수질검사를 통과한 수돗물을 가정에 공급하고 있다. 만약 단 한 가지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수돗물을 공급할 수 없다. 또 오존과 숯으로 한 번 더 거르는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맛도 향상됐다. 정수기는 결국 이미 그 자체로 ‘먹는 물’인 수돗물을 한 번 더 거르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생각지도 했던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에 음정수기에서 니켈이 검출된 것처럼 시민들은 정수기 내부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물이 생산되는지 모른다. 그리고 정수기에서 나온 물이 어떤 물인지도 잘 모른다. 과연 정수기물은 어떨까?

서울시 수돗물평가위원회가 최근 5년간 수도꼭지에서 받은 수돗물과, 정수기물을 외부 공인 기관에 의뢰해 수질검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정수기물이 광고에서 나오는 것처럼 결코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게 드러난다. 서울시 수돗물평가위원회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외부 공인 수질검사 기관에 수돗물과 정수기물에 대해 수질검사를 진행한 결과 일부 정수기물에서 일반세균이 나오고, pH(수소이온농도)가 수질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비해 수돗물은 모두 수질기준에 적합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중에 판매되는 정수기 중 상당수에 해당하는 ‘역삼투압식 정수기’는 우리 몸에 필요한 미네랄도 걸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네랄은 칼륨과 칼슘, 마그네슘 등 무기물을 총칭하는 것으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5대 영양소 중 하나이며, 특히 성장기 아이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에는 이 미네랄이 적정하게 균형을 이룬 채 녹아있다. 그런데 역삼투압식 정수기가 이 미네랄을 없애는 것이다.

서울시 수돗물평가위원회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수질검사를 한 결과를 보면, 평균적으로 칼륨의 경우 아리수에는 2.4mg/L가 들어있지만 역삼투압식 정수기에는 0.2mg/L만 있었다. 칼슘도 아리수는 19.9mg/L가 있었지만 정수기에는 겨우 1.3mg/L만 있었을 뿐이다.

이렇듯 정수기물은 수돗물보다 더 안전하다고 말할 수도 없을뿐더러 외려 건강에 좋지 않은 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시민 건강에 그리 좋지 않은 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정수기를 집에 들여놓고 사용하고 있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나면 과연 정수기를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기서 하나 더 따져보자. 우리가 흔히 생수라 불리는 ‘먹는 샘물’은 안전할까? 지난해 10월 <환경TV>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먹는물관리법’ 상의 수질기준에 부적합한 먹는샘물이 36만 8,622L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중 실제로 회수․폐기된 먹는샘물은 2만5,233L에 불과했다. 수질기준에 부적합한 물이 유통되고, 실제로 소비자가 이 물을 모두 마셨다는 얘기다. 수질기준을 초과한 항목은 일반세균, 냄새, 비소, 브론산염, 총대장균군 등이었다. 회수율이 적었던 이유는, 흔히 우리가 ‘말통 생수’라 부르는 먹는샘물이 기업체 등에 유통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결국 무엇을 말하는가? 정수기도, 먹는 샘물도, 제조․생산업체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시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먹는 물’은 책임질 수 있는 기관에서, 수질검사 결과와 생산․공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 채 관리돼야 한다. 그 물이 바로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다. 이제 믿고 마셔도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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