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종 칼럼>우리는 평생 몇 마리의 소를 키울까?
<장원종 칼럼>우리는 평생 몇 마리의 소를 키울까?
  • 성광일보
  • 승인 2016.11.1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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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원 종 교수/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 장원종 교수/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옛말이 있다. 허술한 외양간이 이제껏 문제없었기에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던 주인이 있었다. 어느 날 소가 없어지고 난 이후에야 정신이 번쩍 들어 외양간을 튼튼하게 고친다고 한다. 그런들 잃어버린 소가 돌아올리 만무하다. 외양간을 수리함과 같이 평상시에는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깨닫게 되는 것이 '안전'이라는 존재이다.

60년대, 70년대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지금 세대들이 상상 못할 만큼 열악했었다. 그 때는 생산현장에서 사람의 안전보다는 생산성이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탄광에서 광부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큰 상처를 입는 것이 종종 있었고, 공장에서 작업중 사고로 인해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 추락사고,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고들이 있었다. 이러한 것들을 산업재해라고 한다. 산업재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산업혁명 이후 기계제 공업화의 진전이 가속화되면서 주로 제조업 중심으로 급속도로 증가하였다.

안전보다 생산성이 우선시 되는 경향은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고용노동부의 보고에 의하면 직업에 의한 질병 발생은 1970년에 비해 1985년에 9배 정도 늘었으며, 발생율도 0.13%에서 0.27%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재해에 대비해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와 국립노동과학연구소를 통하여 노동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조사, 연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비롯한 많은 법률과 제도, 그리고 관련 기관들이 산업현장에서의 재해를 미리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고, 또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치료 및 보상체계를 마련해 주고 있다.

이제껏 우리는 작업자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 산업현장에만 있다고 여겨 왔다. 하지만, 산업현장 못지않게 연구시설에서의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연구실에서도 가스나 전기 취급 부주의로 인한 폭발사고나 화재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2013년에는 광진구에 속한 한 대학에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연구실에서 황산을 담은 용기가 폭발하여 연구실 학생이 화상을 입고, 건물전체가 통제되었던 사고가 있었다. 그리고 2015년에는 또 다른 대학에서 연구실내에 확산된 오염물질에 의해 55명의 집단폐렴 환자가 발생한 사고도 있었다. 후자의 경우 다행히 환자중 사망하거나 후유증이 나타난 사람은 없었지만, 800여명의 관련 연구자, 학생, 교수들이 상주하던 7층짜리 건물에 오랫동안 출입할 수 없었다. 질병의 원인을 찾고, 시설과 제도를 보완하고 안전한 연구실환경을 만들기 위해 그 건물은 7개월이 넘게 폐쇄되어 있었다. 이 사고는 우리나라 사상초유의 연구실안전사고라고 할 수 있겠다.?

미래창조과학부 연구환경안전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는 총 166건의 연구실안전사고가 발생했으며, 이중151건(91%)에서 인적사고가 동반되었다(표 1).

표 1. 2014년 연구실 안전사고 사고유형별 현황 (건수)        미래창조과학부 2015.03.12

피해유형

인적사고

물적사고

인적․물적 사고

합  계

사고건수(%)

133(80.1)

15(9)

18(10.9)

166(100)

또한, 이러한 사고발생 건수는 2013년도 발생건수 107건에 비해 약 55.1%가 증가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고 발생수의 증가는 실제 빈도의 증가라기보다는 국가기관에 신고하는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는 연구종사자들이 실험실사고에 대한 중요도 및 심각성을 인지 못한 것임을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연구실의 안전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시작된 때는 불과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4월에 '연구실안전 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이 법에는 연구실안전환경관리자의 지정, 정밀안전진단, 보험가입, 사고보고, 사고조사, 교육 훈련, 벌칙 등을 담고 있다. 이 법의 시행으로 연구실 안전사고의 심각성과 중요도가 연구종사자들에게 확산되었고, 사고 보고의무 이행에 따라 대형사고가 아닌 이상 사고발생여부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이전의 모습에서 점차 탈피해 연구실 안전사고의 정확한 규모와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산업재해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상조치는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하지만, 연구실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연구실 안전사고 및 인적피해는 대학시설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실험연구종사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학부생이나 일부 고용계약을 맺지 못한 대학원생들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 산업재해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고, 사고가 난 경우 연구중 발생한 사고에 따른 치료를 자비로 감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표 2. 2014년 연구실 안전사고 인적피해 현황 (명수)        미래창조과학부 2015.03.12

구   분

학부생

석․박사

연구원

기타

합  계

대학

99

53

2

2

156

연구기관

-

- 

7

1

8

기업부설연구소

-

-

7

-

7

합계

99

53

16

3

171

머리글에서 소를 잃어버린 이후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평생 소를 한 마리밖에 키우지 않을까? 늦었다고 생각될 때 그때가 바로 가장 적기인 셈이다. 지금이라도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대비해 사회전반적인 안전에 대한 대비책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며, 특히 대학 연구실안전확보를 위해 더욱더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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