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아니면 말고
김정숙의 아니면 말고
  • 성광일보
  • 승인 2017.04.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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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 글쎄 >

 

▲ 김정숙 논설위원

♡아! 글쎄♡

하이고 ! 아니다.

지식인이니 교양인이니 하는 말을 듣자는 게 아니다.
나는 지식도 쥐뿔, 교양도 쥐뿔이어서 내놓으라 하는 자리에서든 덜 내놓을 자리에서든 지식도 교양도 내놓을 게 없다.

내가 하려는 말은 그저 매일 새벽에 현관 밖에 “척!” 떨어지는 신문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뿐이다.

내가 신문을 처음 접한 건 아주 어렸을 적 그러니까 초등학교 2학년 때 쯤 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내게 천자문을 가르쳤던 아버지는 어디에서 구했는지 한문이 빼곡한 신문을 갖고 왔다.
세로로 써진 한자가 빼곡한 큰 종이를 가져와서 거기서 내가 아는 한자를 읽어보라고 했다.
간신히 몇 자 터득한 한자 실력으로 중간 중간 아는 글자를 읽어내면 아버지는 기특하다는 상으로 부채모양의 쎈베과자를 벽장에서 꺼내 주셨다.

그 후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한자를 알아맞히는 신문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수 년 후 성인이 된 큰 오빠가 신문을 가져왔다.
시대가 달라서인지 큰 오빠는 아버지보다 더 쉽게 신문을 구해왔다.
큰 오빠는 아버지처럼 내게 한 자 읽는 걸 시험하는 대신 신문에는 무궁무진한 세상의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려줬다.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야 세상 사는데 이롭다는 추상적 이야기는 그 당시 내게 크게 와 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틈 날 때 마다 이해하기 어려운 신문을 읽었다. 그게 세상 사는데 이롭다는 걸 이해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렸다.

고등학생 시절이야 워낙 입시지옥이다 보니 지옥에서 신문을 접할 기회는 없었다.
신문을 다시 만난 건 대학에 들어가서다.
대학 중앙 도서관 휴게실엔 신문 독서대가 있어서 아침저녁으로 각종 신문이 가슴팍을 풀어헤친 채 공부하느라 지친 학생들의 머리를 식혀줬다.

도서실에 가는 날엔 신문을 읽는 날이어서 아침저녁으로 눈 호강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365일 중에 350일 쯤 도서실에서 진을 쳤으니 거의 매일 신문을 읽은 셈이다.
신문 읽는 재미가 쏠쏠해서 도서관에 공부하러 가는 건지 신문 읽으러 가는 건지 모호한 날도 많았다. 신문을 읽다보면 공부할 시간이 턱도 없이 부족해서 풀었던 가방을 다시 싸매고 돌아오는 날도 많았다.

직장에 가서도 신문이 있어서 그걸 읽었고 가정을 꾸리고도 신문을 읽었다.
살림살이가 나아지자 경제신문과 조간신문을 함께 구독했다.

한자를 알아 맞혀서 과자를 받던 어린시절과 달리 성인이 되어선 보상 받지 않아도 신문을 읽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매일매일 새로운 기사가 신문에 오르는 것도 흥미롭지만 나는 기사보다 오피니언이나 칼럼, 기고 등을 읽는 게 더 즐거웠다. 지금도 물론 그렇다.
기사야 늘 상 정치하는 사람들 힘 겨루는 얘기거나 돈 이야기, 사회적 범죄현장의 애기여서 간단히 핵심어만 TV뉴스나 라디오에서 들어도 세상 돌아가는 낌새를 눈치 챈다.
요즘이야 워낙 미디어가 발달한 세상이니 그날의 아침 기사를 못 본다고 해도 라디오에서든 옆집 아주머니에게서든 충분히 들을 수가 있으니 아쉬울 게 없다. 아침에 못 본거 저녁에 들으면 된다.

반면에 신문에 오른 오피니언이나 칼럼, 기고는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 한 편도 놓치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물론 몇 줄 읽어 보면 의도적이거나 기획적인 오피니언이거나 칼럼인가를 눈치 채는 거야 이젠 나잇살로 한 몫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글에선 여지없이 “아하!” 경험을 하게 되서 매일 그런 종류의 글만 읽어도 하루살이가 즐겁다.
과하게 길지 않은 내용의 글을 읽어 내려가는 중엔 오롯이 읽는데 몰입하는 맛도 즐겁지만 간혹 내가 모르는 지식이나 신조어 세계가 신문에 있을 땐 오랜만에 계 탄 것 같은 기분이다.

신문의 단점이 있다면 지면이 크고 낱장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소지가 불편하다는 점일 거다.
난 이게 늘 궁금한데 왜 신문은 외국 여행할 때 소지하는 여행지도나 소책자처럼 제작을 안 하는지 궁금하다.
그러면 소지하기도 편리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옆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읽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요즘이야 스마트폰 속에 신문도 있어서 불편한 종이신문을 일부러 구독하는 사람이 적다 보니 돈을 줘가며 종이 신문을 보라고 권하는 신문사 마케터들도 종종 만나곤 하지만 나처럼 아날로그적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보기 드문 희귀종이기도 하다. 난 아직도 종이책처럼 종이신문을 좋아한다.

종이책처럼 종이신문의 종이가 좋아서인지 어릴 적 신문의 기억과 추억이 좋은 건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벌써 내일 신문이 궁금하다.
내일 신문엔 누가 어떤 글을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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