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위태로움을 보고 목숨을 바치다, 재일학도의용군
(독자기고)위태로움을 보고 목숨을 바치다, 재일학도의용군
  • 성광일보
  • 승인 2017.09.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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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방보훈청 보훈과 김현정

매년 9월 말 인천 수봉공원의 한 참전기념비 앞에서는, 위기에 놓인 조국에 목숨을 바치고자 멀리서 달려와 준 용사들을 기리기 위한 행사가 실시된다.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고자 귀국했던 유대인 청년들이 그랬듯이, 아니 이들보다 17년이나 앞선 재외국민의 참전 사례와도 관련된 이 행사는 다름 아닌 우리 대한민국의 이야기이다. 6·25전쟁을 맞이한 조국을 위해 대한해협을 건넜던 642명의 용사들에 대한 기억은, 인천의 작은 공원에 묻어두기에는 너무도 숭고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이다.

1967년 중동전쟁을 앞둔 이스라엘 국방장관 모세 다얀(Moshe Dayan)은 아랍연합 13개국을 제압할 ‘막강한 최신 무기'를 언급했고, 6일 만에 승전을 거두고 나서 이 무기가 국민들의 ’불타는 애국심‘이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스라엘 국민의 투철한 국토수호 의지는 개인의 생사를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통상 전쟁이 일어나면 스스로의 생명을 위해 전장과 되도록 멀리 떨어지려고 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에 충실했던 아랍연합국과는 달리 이스라엘 국민은 조국의 위태로움을 보고 너무도 당연히 목숨을 바치고자 했던 것이다.

이렇듯 세계인들의 귀감인 이스라엘의 재외국민 참전사례의 원조는 사실 우리나라이다. 개전 한 달여 만에 국토의 팔할을 상실한 1950년 여름의 대한민국은 구국의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했지만, 이는 바꿔 말해서 어려웠던 전황만큼이나 참전에 따른 개인의 목숨 보전이 어려웠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참전의 뜻을 관철한 것은 일본에서 학생 신분으로 살고 있었던 교포들이었다.

이국에서 누란지위에 처한 대한민국의 소식을 접한 이들은 재일본대한거류민단을 중심으로 의용군을 자원하여, 천여 명의 지원자 중 642명이 최종선발되었다. 9월 8일 출정식을 마친 의용군은 인천상륙작전을 시작으로 원산상륙작전, 장진호전투, 흥남철수작전, 백마고지전투, 금성전투 등 한반도 각지에서 활약했다. 재일학도의용군만으로 편성된 ‘3·1독립보병대대’가 해산된 후에도 이들은 국군과 미군에 편입해서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대한민국을 위해 싸웠다.

나라가 위태로움을 당하면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見危授命]는 말처럼, 재일학도의용군은 대한민국이 가장 위태로울 때 조국을 찾았다. 이들의 구국의지는 모든 물리적 장애는 물론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초월하는 것이었기에, 이들의 희생에 내포된 숭고함은 그 정도가 더해질 수밖에 없다. 135명의 전사자는 물론이거니와, 전쟁의 상흔에 더해, 일본 정부의 입국 반대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의용군들이 평생 안고가야 할 희생 또한 결코 작지 않다.

다행히 대한민국 정부는 1967년 이 분들에게 방위포장을 수여했고, 이듬해에는 국가유공자에 편입하여, 희생과 공헌에 상응하는 예우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재외국민의 참전사례를 꼽으라 하면 대다수는 재일학도의용군보다는 이스라엘을 떠올린다. 이들의 헌신에 대한 보훈은 단지 국가에 의한 보상과 예우로서 끝이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 속에 자랑스러운 역사로 영원히 기억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또한 이는 1967년의 이스라엘이 그랬고 이보다 17년 앞서 우리가 그랬듯이, 나라를 지킬 가장 강력한 무기인 국민들의 ‘투철한 애국심’을 배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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