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언론(3)
민주주의와 언론(3)
  • 서울동북뉴스
  • 승인 2013.05.0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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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길랑/비전경영전략컨설팅 대표

Ⅱ.언론의 기능과 보도
 3.언론의 역기능
 나.김수환추기경의 언론관
 『1)언론은 민주질서를 지탱하는 뿌리이다.

 
저의 방 앞에 가면 복도에 목각 현판이 하나 있습니다. 거기에 '말 한마디'라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파괴합니다/ 쓰디쓴 말 한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마디가 사랑의 불을 끕니다/ 은혜스런 말 한마디가 길을 평탄하게 하고/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합니다/ 때에 맞는 말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주고/ 사랑의 말 한마디가 축복을 줍니다”이 시는 매일 제가 방문을 열고 나서면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파괴합니다. 정말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가 하면 은혜로운 말 한마디가 질을 평판하게 하고 사랑의 말 한마디가 축복을 줍니다. 옛날부터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듯이 말이란 이렇게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힘을 가졌습니다. 이미 사도 야고보가 말의 실수가 없도록 혀를 잘 다스려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은 온몸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완전한 사람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개개인의 경우에도 말이란 이런 힘을 가진 것이라면 언론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것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언론은 나라 안에 입법·사법·행정부 다음에 오는 제4부라는 말도 있고, 또 신문기자를 무관의 제왕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일 것입니다.

미국의 워터게이트의 경우, 워싱턴포스트의 그 누구입니까? 아무튼 한 기자의 끈질긴 추적과 진실보도를 통하여 닉슨 대통령을 사임 시켰습니다. 닉슨 미 대통령이면 당시 막강한 실력자 다니카 전 수상의 수뢰 사건도 결국 언론의 끈질긴 추적에 의해 드러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이 만일 제 구실을 다 할 수 있다면, 요즘 한참 문제가 되고 있는 박종철 군 사건은 아마 초기 단계에서 모든 것이 사실대로 밝혀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범양사건의 비자금 문제도 지금쯤 밝혀져 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언론의 자유란 참으로 중요합니다. 언론의 자유는 이렇게 진실의 보도를 통하여 사회를 바로 서게 할 뿐 아니라 여론 형성을 통하여 권력의 횡포를 견제하고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데 결정적 뒷받침이 되고 또 나라의 민주질서를 지탱하는 근간이 됩니다. 바로 이 때문에 저는 작년에 나라의 민주화에 있어 제일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할 것이 언론의 자유라고 말하였습니다. 아무튼 언론의 자유가 없는 나라는 진실의 등불이 꺼진 어두운 나라입니다.

 2)언론은 진리를 바탕으로 사회를 선도해야
 신문 또는 언론을 우리는 사회의 목탁이라고 합니다. 저는 목탁이라는 말 마디를 우리말 사전에서 찾아보니 '세상 사람을 가르쳐 바로 이끌어 가는 사명을 신문과 언론은 띠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하느님의 말씀의 전달로 세상을 구하는 사명을 지고 있는 교회와 세상 사람을 가르쳐 바로 이끌어 가는 사명을 띤 언론 사이에는 깊은 관계가 아닌가 합니다.

비록 교회의 구원 차원은 현세만이 아니고 영세에까지 미치는 것이지만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진리와 정의의 선포 및 사랑의 확산으로써 보다 인간다운 사회, 보다 인간다운 세계로 만들어 가는데 양자가 거의 같은 사명을 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합니다.

분명히 어론인은 단순히 그 분야의 전문 기술인 만이 아닙니다. 그의 직업은 인간과 사회에 진실로써 봉사해야 하는 전직입니다. 이것은 설령 본인이 이런 천직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독자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바로 이 때문에 요즘 박종철 군 사건을 두고서도 수 많은 독자들이 신문기자들에게 진실에 충실하여 줄 것을 그렇게 간절히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광주사태나 또는 그 이전에도 시민들이 신문사나 방송국을 불지르는 것을ㄹ 보았습니다.그 이유는 신문 방송이 진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시민을 바반하고 나라를 배반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KBS시청료 납부 거부운동도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사실 교회가 진리 자체이신 하느님의 말씀위에 서 있는 것과 같이 언론의 뿌리 역시 그 말씀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왜냐하면 그렇지 않을 때 무엇에 준거하여 이것이 진리이며,이것이 정의이다, 이것이 인간 도리이다 하고 사설이나 논설을 쓸 수 있겠습니까?

또 어느 한 기자가 이 사실을 사실대로 시킬 것이냐, 아니냐로 번민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 때 마지막 판단은 양심의 소리일 것입니다. 이 양심의 소리는, 양심이 잘못되어 비뚤어진 경우 또 마비된 경우도 없지 않으나,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그것은 하나님의 소리입니다. 하나님이 그 사람의 마음을 통하여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한 사람의 양심의 소리는 사회적 차별과 인종, 국경, 종교의 차별까지 초월하여 세계 모든이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는 이같은 경우를 자주 체험합니다.

아무튼 이럴때 언론의 뿌리는 역시 하나님 말씀입니다. 적어도 저희들, 그리스도교의 신앙의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미 말씀드린 대로 교회의 사명과 언론의 사명은 세상을 바로 이끌어, 보다 인간다운 사회, 진실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데 있어서 같다고 봅니다.

3)권력과 금력의 손안에 있는 언론
 제가 1987년 4월 말 회의 참가차 이탈리아 로마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작년에 저의 이른바 로마 발언 때문에 물의를 일으키는 데 역할을 한 AP통신의 구 삼열 기자를 만나 다시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그 분 말이 언론에 대해 교황님이 강조하시는 말씀, 즉 언론은 참되고 정의롭고 또 보다 인간다운 세계건설과 평화를 위해서 이바지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시는 것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냉담하고 으레하는 설교 말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차츰 그 속의 언론의 본질적 사명이 밝혀져 있고 현실의 언론은 이것을 망각하거나 소홀히 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의 우리 언론은 일선 기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또는 어떠한 동기로 기사를 쓰는가, 기사는 상품에 불과한가, 신문이나 잡지등도 결국 상품에 지나지 않는가, 심지어 사람의 얼굴까지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컨대 TV 방송국에 앵커우먼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분명히 지성적이고 목소리도 맑고 좋아야 하지만 얼굴도 준수하고, 각선미도 있는 젊은 여성이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 로마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월간 가정 조선 4월호」에 이 문제를 다룬 기사를 읽었는데, 영국의 BBC 방송국에서는 여성앵커의 외모를 상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BBC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사실보도 그 자체라고 합니다. 그래서 BBC에서 아주 예쁘고 각선미가 좋은 앵커우먼이 있었는데, 그러한 면을 존중하지 않고 별로 알아주지 않자 외모를 중시하는 미국 보스턴의 모 방송국으로 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BBC는 사실보도에 있어서 세계적인 신망을 받고 있습니다. BBC에서 말했다 하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권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제가 좀 옆길로 흘렀나 봅니다. 제가 다시 생각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즉 우리나라의 언론인과 수혜자들은 교황님의 그 호소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오늘의 한국적 상황에서는 그 해답이 쉽지 않습니다.

전에 제가 일본 상지대학에서 공부할 때, 독일인 신부출신의 교수님이 우리에게 “ 자네들 세계를 주무르는 정치인들을 지배하는 것이 누구인지 아느냐?" 하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답을 못하고 당황하고 있자니 그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여론을 조정하는 신문이야, 그런데 그 신문을 지배하는 것이 누구냐면 그것은 돈 많은 자본가들이고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유대인들이야, 그러니 결국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유대인 들이야…”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늘날도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누구에게 들으니 오늘도 역시 유대인들이라고 합니다. 그 한가지 예로 요즘 한국은 정치는 형편이 없는데도 불구, 경제는 잘되어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삼저 호황 무어라고 하지만 실은 세계 유대인 지도자들이 소련과 맞서있는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재인식하고 한국을 돕자고 결정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경제가 졸렬한 정치에도 불구하고 잘 되어 간답니다. 또 올림픽을 한국에서 하게 된 것도 다 그 친구들이 막후에서 조종했기 때문이랍니다. (1987.5.26 언론과 교회, 홍보주일 강좌에서 발췌)』

김수환 추기경의「언론과 교회」라는 제목의 홍보주일 강좌는 1987년 6.10 민주항쟁이 일어나기 2주일 전이었다. 당시 김수환 추기경은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적 영향력이 1,2위로 평가받고 있었고, 김 추기경의 말은 국민이 100% 믿고 있었음을 감안할 때 6.10항쟁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 강좌에서 “하나님 말씀의 전달로 세상을 구하는 사명을 지고 있는 교회와 세상 사람을 가르쳐 바로 이끌어 가는 사명을 띤 언론 사이에는 깊은 관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언론인을 비록 성직자라고 표현하지 않는다해도 그가 지니고 있는 사명의 신성함으로 볼 때 성직에 가깝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라는 대목은 언론에 큰 자극을 주었을 것이다. 또한, 한국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행태에 대한 비판과 정론의 상징인 BBC와의 비교는 한국 언론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언론의 사명을 성직에 비교하면서 언론의 사명과 양심을 촉구함으로써 6.10민주항쟁의 촉발을 유도했고, 6·10항쟁은 6·29선언을 이끌어내며 민주화의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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