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설렘과 환상
도시의 설렘과 환상
  • 임태경 기자
  • 승인 2021.06.2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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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경
광진투데이 취재부 기자
임태경

최근 정치,경제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현상들은 사실 대중들의 설렘과 기대를 만드는 일에 가까운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사회가 돌아기기위해서 이 설렘과 기대가 현실에서 쉽게 충족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밀당을 잘하는 연애의 고수처럼, 그 어떤 현상 혹은 사람들도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면서도 실제로는 어떤 것도 완전한 만족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 이 맹목적인 설렘과 기대 속에서 환상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것은 대선때 표심을 얻기위한 정치인의 말로 주어지는 환상이기도 하고, 2030세대의 부의 격차와 결핍을 채워줄 코인이라는 환상이기도 하다.

특히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티저와 커머셜은 이러한 밀당의 원칙을 철저하게 따른다. 방송프로그램의 티저는 자극적인 멘트와 영상들로 편집되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커머셜과 광고들은 잘빠진 셀럽과 이미지들로 상품을 포장하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들은 실제와는 간극이 큰 하이퍼리얼리티일 때가 많다. 티저에 현혹된 시청자들은 실시간검색어를 두드리며 밤잠을 못이루지만, 실제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교묘하게 반복되는 인물설정과 짜맞춘 포맷에서 오는 지리멸렬함에 몸서리치곤 한다. 광고에서의 리얼리티와 하이퍼리얼리티의 간극은 더 심하다. 아디다스가 보여주는 힙한 이미지는 쇼미더머니의 시청률에 기댄 일시적 브랜딩이다. 아디다스저지를 입고 댑을 추어도 도끼가 되지는 않는다. 쁘띠챌푸딩을 매일 디저트로 먹었다가는 낭패다. 아이오아이 대신 살이 불어난 다른이가 거울에 서있을테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하이퍼리얼리티가 만들어내는 환상이 때로는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사실이다. 외로움, 결핍, 저성장이 고질병이 된 도시의 삶에서 설렘과 기대는 마취제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비록 마취가 깨어날 때 엄청난 현자타임이 몰려올지라도 자아성취의 가능성(예뻐지고 싶은 욕망, 성공하고 싶은 열망),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이 무기력한 현실에서 모르핀처럼 절실히 필요한 때가 있다.

이런 점에서 하이퍼리얼리티가 만들어내는 환상은 어느 일본작가가 표현했듯 개똥벌레의 불빛과도 같다. 바로 눈앞에서 환하게 빛나지만 막상 손으로 잡으려고 하면 한움큼씩 멀어져 가는 아련한 불빛. 나는 이 불빛의 이미지를 그려볼 때마다 순간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영원한  결핍이  떠올랐다. 동시에 내안에 영원할 결핍까지.

다시 주말은 반복되고 있었다. 주문한 당일배송 택배에 설레고, 주말에 가기로 한 SNS맛집과 까페들에 또 마음이 들떴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주말은 과자 부스러기를 흘리며 한걸음씩 도망가는 동화 속 요정처럼, 잠시 스치듯 다가왔다가 아쉬움만 남기고 금새 지나가버렸다.
그리고 영원히 반복될것이고, 우리는 헤맬것임을 깨달았다, 바로 이 답이 없는 인생이란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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