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동여지도] 新경제를 만들다(3)
[디지털 대동여지도] 新경제를 만들다(3)
  • 성광일보
  • 승인 2021.09.1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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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교수
이강운/·사)중국경영연구소 마케팅 이사
박준희 / 이강운

세계 최초 철학대학을 만들자.

재물은 가치중립적이다. 이슬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지만 젖소가 먹으면 우유가 된다. 후배는 철학대학을 세우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했고 가장 빠른 길이 부동산 쪽이라고 생각했단다. 
아마 20대 청년이던 시절에는 돈이 사람을 어떻게 타락시키는지 상상도 못했으리라. 

1991년 초 을지로에 있는 조그마한 종합부동산 사무실에 첫 둥지를 틀었다. 나중에 그 이유를 물어봤다.
“왜 하필이면 그 사무실이었지?”“일부러 점심식사 시간 무렵에 방문해서 상담하고 끝나면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는 데를 고른 거예요. 그 곳이 나랑 밥 먹자고 한 첫 사무실이었걸랑요.”
부동산에 첫 발을 딛는 신입들은 지적도 그리기와 신문광고 뽑는 일부터 시작한다. 지적도를 그릴 때 상호와 전번, 보증금 월세 등 주요사항을 빼곡히 기재한다. 전화문의나 사무실로 내방하는 고객들은 자신들이 찾는 점포는 물론 옆 점포, 앞 점포사정까지 훤히 아는 담당자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적도를 많이 그릴수록 자신감이 충만하게 된다. 

점주와 접촉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안면을 트고 친해지게 된다. 초보 때엔 너무 의욕이 앞서서 아침에 점포 문 여는데 얼쩡거리다가 점주한테 재수 없다고 소금을 맞아본 적도 있다. 짓궂은 선배들은  담력 키우는 연습을 시킨답시고 일부러 조폭이 운영하는 점포에 보내는데 모르고 갔다가 혼쭐나고 도망치듯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다. 

지적도는 부동산중개업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종합부동산 사무실의 주 수입원인 신문광고 뽑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적도를 보고 평소 목표로 생각했던 점주에게 전화를 건다.   
“사장님, 여기 J부동산인데 요즘 힘드실 텐데 우리 신문광고 한 번 내죠.”  
“신문광고요?”
“네, 그 가게 제가 보기에 너무 아까와요.  부담되시면 제가 광고비 반을 낼게요.”

당시 광고 빨이 가장 좋다는 조선일보 광고료가 1행에 25000원 이었고 실제 광고료는 10000원 이었으니 반을 내 줘도 어차피 남는 장사다. 전화를 건 점포 근처에 새로 인테리어를 하는 곳이 있으면 거의 따놓은 거나 다름이 없다. 그 점포도 마치 자기 부동산에서 신문광고를 내서 팔린 것처럼 꾸며대면 첨엔 거절하다가도 결국 광고를 낸다. 

신문광고를 많이 뽑으면 뽑을수록 종합부동산 이름으로 신문에 실리는 물건이 많아진다. 점포광고를 내 볼까 고민하는 점주들한테 영업을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치열한 경쟁에서 장사가 안 되는 가게는 넘쳐나게 마련이고 종합부동산은 계약이 아니라 광고로 먹고산다.   

신문광고 뽑는 것은 담당자의 능력이고 그 능력은 지적도에서 나온다. 사무실에 앉아서 지적도를 바탕으로 신문광고를 뽑을 수 있게 되면 비로소 신입 딱지를 떼는 것이다.  
정직하지 못한 짓을 하면서 신문광고를 채워야 하는 부담에 자괴감도 들었다. 그럴 때마다 후배는 철학대학을 생각하며 순간순간을 버텼다고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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