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어!” 절박한 외침, 도시탐험가이자 지자체장이 답한다면?
“이러다 다 죽어!” 절박한 외침, 도시탐험가이자 지자체장이 답한다면?
  • 원동업 기자
  • 승인 2022.02.14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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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e 혁신으로 해결해야, 그 기반은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포용일 것

성동의 책들 《지속가능도시 ESG》/ 정원오 지음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풀뿌리 기초자치단체장이자 도시탐험가다. 그동안 그가 낸 책들

생존을 하는 데는 큰 혈관이 필수겠지만, 생활이 활기있게 이루어지려면 모세혈관이 건강해야 한다. 정치나 외교, 국방과 경제 같은 큰 영역은 국민의 삶을 좌우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곳은 역시나 지역이다. 내가 사는 동네와 학교, 우리 마을과 교회, 이웃들과 부대끼는 작은 공간들. 그곳의 삶은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삶의 풍경을 지배한다. 골목과 도시가 건강하고 지속한 가능한 곳에서만 사회도 국가도 건강하다.

설명절 기간 동안 정원오(성동구청장)의 신간 《지속가능도시 ESG-ESG에 Economy를 더해 지속가능도시를 탐구하다》를 읽었다. 
298쪽에 출처와 설명을 자세히 단 미주(尾註)가 열세 쪽이나 되고, 표와 그림 색인도 달린 책(아이쿠, 이거 학술서 같은 거 아냐?) 아닌가 싶었지만 오랜 만에 머리를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는 각오였다. 쓴 사람도 있는데, 그걸 못 읽겠어? 그저 재밌고 자극적인 기사나 영상만 보아온 터! 참회의 의례를 해야지. 이유는 또 있다.
책은 중요한 사례로 성수동, 성동구를 든다. 2004년 주거를 시작해, 2012년부터 곳곳을 다니면서 '마을활동'을 하고 있는 나로선, 반가울 수밖에. 이 책은 내가 최근에 안고 있는 불안 혹은 욕구에 단비가 됐다. (우리는 아이들을 낳아 길러도 되는 걸까? 지구온난화는 어쩌누?) 10년 마을살이의 정리도 됐다. SNS나 신문의 쪽정보로는 만날 수 없는 포괄적 맥락과 해소에 이르는 길들의 지도가 거기 있었다.
  

분명코 도래할 고통의 그날들_우리 도시는 이래도 괜찮나?

책은 '도시'에 대한 개괄로 시작한다. 도시는 성장해 왔다. A.D 1년으로부터 1820년까지의 59개국 평균 1인당 GDP는 겨우 1.5배 성장한다. 그런데 1820년 이후엔 10배 성장(1820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한다. 한국은 그 성장의 기세가 더 대단하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최근까지 우리의 GDP 성장률은 500배다. 1920년 서울 인구는 25만4천명인데, 100년 동안 서울인구는 약 40배로 증가한다. 

서울만이 아니다. 서울과 '똑같은' 도로, 주택, 기반시설을 누리는 도시들은 '수도권'을 형성하고 있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을 넘어 메갈로폴리스가 된 것이다. 11.3%의 땅넓이 수도권 인구는 50.2%다. 2,604만명이 산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니, 지금은 그보다 늘었을 터다. 문제는 이러한 성장이 지방의 소멸을 부른다는 데 있다. 지난 2018년 인구감소지역은 89곳이었는데, 2020년에는 105곳으로 늘었다. 대도시권 또한 네크로폴리스(폐도시, 무덤도시)가 돼 갈 수 있다. 수확체증의 법칙으로 성장한 도시에 수확체감의 법칙이 엄습하는 것이다.
코로나19의 펜데믹(전지구적 감염)은 도시 팽창이 자연의 파괴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준 고통보다 100배쯤 파괴력이 크다고 여겨지는 기후변화도, 세계적으로 광범하게 진행된 산업화 즉 도시화의 직접 결과다. \

도시란 곧 4차산업혁명이니 세계화(글로벌화)니 하는 말과도 동의어다. 이는 곧 양극화 불평등의 심화도 내포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생산력은 엄청나게 높아지는데, 노동은 체계적으로 제거된다. 땅과 공장을 가진 지배계급이 있었던 시절엔 많은 수의 중간관리자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애플이나 구글이나 메타(페이스북)이나 네이버나 카카오나 하는 주식시장의 상위 포식자들은 훨씬 더 작은 수의 기획자와 엔지니어(프로그래머) 그리고 디자이너만 데리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키오스크(무인 대면결제 설비), 무인공장, 자율주행차와 드론이 전통적 물류시스템의 인간들도 갈아치우게 될 것이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처럼, 생산력은 극히 높아지고 임금에 의해 지탱하는 소비력은 종말은 필연적이다.   

개인의 자유와 도시의 풍요와 현대화의 편리를 조금도 양보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이 시대에서 코로나19로 잠시 맑아진 지구의 하늘 대신 우리는 양산되는 1회용 쓰레기, 땅을 뒤덮은 물류차량과 오토바이들의 물결을 새롭게 만났다. 전기차로 배터리로 혁신을 다진다는 현대차같은 대기업이 성과급 잔치를 벌인 날 그날, 지역에 뿌리박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파산선고를 했다.

ESG+e 환경 사회 지배구조 그리고 경제라는 대안

비극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 곳은 선진국, 잘 발달한 산업도시에서였다. 중후장대의 도시 디트로이트나 철강도시 피츠버그 그리고 조선업의 도시 스웨덴의 말뫼 같은 곳도 파산의 눈물을 흘렸다. 이는 점점 더 세를 불려가는 세계화의 어두운 그림자이기도 하다. 렉서스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이들은 억만장자가 되지만, 올리브나무처럼 붙박혀 사는 지역 토박이들은 쪽박을 면하지 못하더라는 것이 책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암울한 전망이었다. 도시는 어떻게 이에 대처해 왔는가?

이 책 <지속가능도시>가 제시하는 대안의 이름은 ESG. 이제 우리-정부와 기업과 시민들-은 환경(Environment)을 최우선에 두고, 사회(Social)와 지배구조(Governance) 혁신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책은 여기에 경제(Economy)를 더한다. (그게 없는 건 기업으로서는 이 부분이 이미 전제조건이기에 그럴 뿐이다)이 네 가지는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필수요소들이다. 하나라도 없으면 그건 모두는 '0'이 된다. 

2002년, 스웨덴 말뫼의 상징이었던 코쿰스 조선소의 대형크레인은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팔렸다. 해체와 이전이 조건이었다. 지역의 상징이자 생명줄이었던 조선소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알마르 레팔루 시장을 필두로 한 주민들과 기업인과 전문가 그리고 공무원들이었다. 이들은 신문지면에서 토론하고, 콘퍼런스를 거듭하면서 중공업의 도시를 지식산업도시로 탈바꿈시키는 현실의 도전을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미디어혁명도시(Media Evolution City)를 선포하고, 직주근접의 스타트업도시를 친환경적으로 건설한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조건들은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선입견과는 다르게 스웨덴에서 해고는 자유롭단다. 하지만 직업을 잃어도 삶을 잃지 않아도 될 만큼 든든한 복지시스템이 동시에 존재한다. 평생학습은 사회 제도적으로, 사회에서 관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구조에 적응해 그 안에서 다시 몸을 일으킬 충분한 지식과 기술을 얻을 수 있다. 필요한 재정은 국가의 재정균등화 정책으로 확보할 수 있다.

피츠버그도 좋은 사례다. 한때 공동화위기에 빠져 청년층이 50만여명이나 빠져나가고, 고용율은 25%의 도시가 이곳이었다. 1994년 취임해 2005년까지 재임한 톰 머피가 시장으로 있으면서, 이 도시는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3위에 오른다. 어떻게? 피츠버그엔 48킬로미터 이상의 수변이 개발돼 녹지가 조성된다. 1천 에이커의 산업부지는 상업/주거/공공 복합단지로 변신한다. 도시는 내부에서부터 커갔다. 외부의 자원을 들어오려 했던 디트로이트와는 다른 방향이었다.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가진 이들이 그들의 아이디어로 꾸준히 추진됐다. 정책적 지원은 그들을 모일 공간을 마련하고 지원해주는 것이었다.

혁신과 포용 이룬 지자체들, 희망을 만들어가다

지속가능성이란 미래의 필요와 자원을 해치지 않고, 현재를 유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환경이 깨끗하고 풍부할 때, 비로소 사람들은 정주하려 한다. 성동구의 성수동이 현재와 같은 '전성기'를 구가하게된 결정적 요인중 하나는 중랑천과 한강을 끼고 조성된 서울숲 덕분이었다. 그 환경 하나만으로 충분한 매력으로 보고 몰려온 청년예술가들, 기획자들의 땀이 성수동에는 여전히 스며있다. 

성수동은 사회적 연결선 안에 있다. 성수는 2호선 라인(2호선은 종로 을지로 퇴계로 구도심들과 영등포라는 물류와 산업 중심 그리고 강남이라는 신도시를 연결하는 라인으로 구상됐었다)이고, 뚝섬역-성수역 양옆으로는 한양대와 건국대라는 지식 기반도 근접해 있다. 이곳의 교수들과 학생들은 직간접적으로 성동구내의 여러 정책 형성과 실질적인 지역 활성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강을 따라 형성된 복부간선, 동부간선, 강변북로의 잘 짜여진 도로망과 왕십리역을 중심으로 하는 철로 그리고 강남 압구정이나 영동과의 인접성도 발전의 기반이었다. 서울에 희소하게 남아있는 준공업지대인 점도 메리트가 됐다. 예술가들이 공장과 협업을 하고, 기업가들이 스타트업을 일으킬 때, 이곳은 최적지였다. 말하자면 성수동 '지역사회가 가진 정체성'이 시대의 물결을 탄 것이다. 

서울숲 옆 도로에 카페와 스튜디오, 식당과 스타트업들이 들어서기 전, 성수동엔 담장허물기 사업이 진행되어 있었다. 가게들 사무실 상점들이 쉽게 들어선 이유다.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을 호소한 청년기획자들과의 만남으로부터 성동구의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이 시작됐다. <성동구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는 서울숲길, 방송대길, 상원길의 몇 구역에는 프랜차이즈나 대기업의 입점을 막는 협의체와 함께 존재한다. 구청은 건물주들과 직접 협의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임대료를 일정 한계 내에서 막는다. [이 조례는 이후 2021년 5월 지역상권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로 발전한다. 지배구조(Governace)란 곧 협치인데, 이는 성수동이 코로나19가 득세한 현재도 지속해 활기를 유지하는 비밀이기도 하다.

책에선 여러 키워드가 읽힌다. 도시 운영에 새겨둘만한 이야기들이다. 환경문제 혁신의 주체로 '기업'을 든 것은 인상적이다. 행정의 규제나 시민들의 도덕적 실천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거기에 있다. 필요를 인식케 하고, 이익이라는 유인책을 두어야 한다. 포용은 사회구성원 모두를 품으려는 마음이다. 그건 자선이 아니다. 그 안에 다양한 발전과 생존의 가능성이 있다. 천재의 오만과 오판에서 오는 부패를 막을 힘도 거기 존재한다. 갈등은 피하고 싶지만, 퇴비와 같다는 말도 적어둘 말이다. 땅에 뿌려지면 우리에게 큰 열매로 돌아오니까.  

책 <지속가능도시>엔 지역과 자치단체가 환경(E)과 사회(S)와 G(협치) 그리고 경제(E)를 조화롭게 버무려 시대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사례도 촘촘하다. 퇴폐업소가 빼곡했던 성안로에 앵커시설 엔젤공방을 만든 강동의 사례도 보이고, 세대이음을 실천해 보육과 교육 그리고 노인의 교육과 돌봄을 활성화한 양천의 모습도 보인다. 경남 기장은 '교육이 최고의 복지'를 내세웠고, 동작구에선 어르신 행복주식회사를 운영한다. 건물클리닝과 아이돌보미 산타가 되고, 수공예 제작판매망도 있으니 봉사로 활력을 찾고, 경제적 효능이라는 일거양득의 현장이 거기 있다. 도시재생의 도시 순천이나 구역 정체성을 유지한 수원도 향후 여행지로 점을 찍어둔다. 

기초자치단체는 작은 곳이지만, 이곳의 장은 시민의 삶과 전면적으로 만난다. 삶과 일과 쉼이 버무려진 그 안에 우리의 세계가 있다. 이곳이 구해지면 세계 또한 구해질 것이다. 수퍼맨조차 모두를 구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함께 서로를 구하고자 하면 나 또한 구해질 것이다.
                               원동업기자(성수동쓰다 편집장) <iskarm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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