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혜
  • 성광일보
  • 승인 2022.06.2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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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杉基/시인, 칼럼리스트
김삼기

지난 5월 2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난사 사건으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이 숨진 텍사스주 유밸디를 방문했을 때 “뭐라도 하라”는 시민들의 항의에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행정명령을 통해서라도 총기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날(5월 30일) 기자의 질문에는 “무기를 불법화할 수 없고, 신원조회 규정을 바꿀 수도 없다”고 말하면서 총기규제강화에 대해 행정명령 카드를 곧바로 접었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이 발의한 총기규제강화 법안이 상원(민주당 48, 공화당 50, 무소속 2)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행정명령 카드 사용 의지를 번복했을 것이다.

그 후, 한 달쯤 지난 6월 23일(현지시간) 총기규제강화 법안이 상원 투표에서 찬성 65명, 반대 33명으로 가결되었다.

그러니까 상원 투표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걱정과 달리 무소속 의원 2명과 공화당 의원 15명도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24일 하원(민주당 222, 공화당 212) 투표에서도 총기규제강화 법안이 찬성 234명, 반대 193명으로 가결되었는데, 하원 투표에서도 공화당 의원 12명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미국이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여당(민주당)과 야당(공화당)의 협치가 위대한 미국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법률에 맞서 행정명령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통치 철학이 위대한 미국을 견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미국은 작년에 총기 구매자 신원확인을 강화하고 온라인 총기 구매를 막는 법안을 하원에서는 통과시켰으나, 상원에서 공화당 반대로 부결된 경험이 있다.

그리고 2012년 코네티컷주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때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촉구한 총기규제 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는 등 역사적으로 번번이 총기규제 법안이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렇게도 어려운 총기규제강화 법안이 통과됐으니, 세계 언론은 1993년 돌격소총 금지법 이후 30년 만에 총기규제 관련 법안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킨 미국 의회와 정부를 극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원에서 총기규제강화 법안이 통과되던 23일(현지시간) 같은 날 미국 연방대법원은 공공장소에서 총기 휴대를 제한한 뉴욕주의 총기규제법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유는 "국민이 무기를 소지하고 무장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돼서는 안 된다"는 '수정헌법 제2조'에 따른 것이다"고 한다.

총기규제강화와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미국 의회와 연방대법원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보면서, 역시 삼권분립이 잘 지켜지는 미국이라는 생각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위해 떠나기 직전  25일(현지시간) 총기규제강화 법안에 서명해 법안을 발효시켰다.

결국, 총기규제강화 법안은 23일 상원 통과, 24일 하원 통과, 25일 대통령 서명으로 법안이 발효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총기규제강화 법안은 총기를 구매하려는 18∼21세의 신원 조회를 위해 미성년 범죄와 기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21세 미만 총기 구입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당국이 최소 열흘간 검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더 많은 총기 판매업자에게 신원 조회 의무를 부여하고 총기 밀매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위험하다고 판단된 사람의 총기를 일시 압류하는 `레드 플래그`(red flag) 법을 도입하려는 주에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미국은 건국 과정에서 아메리카 식민지인들이 대영제국에 저항하며 자유 독립한 국가인 만큼 총기 소지 문화는 미국의 역사와 전통을 통해 일상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되었고, 결국 미국 의회는 이를 수정헌법 제2조로 보장해왔다.

만약, 쿠데타가 일어나서 군대가 강력한 총기로 무자비하게 국민들을 죽이게 되면 자기 목숨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미국민의 걱정거리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총기규제는 무척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총기 사건에 의한 자기 방어 사례가 연간 평균 55,000~80,000건 정도인데, 범죄로 인한 사망자가 10,000명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약 40,000건 정도는 스스로 자기방어를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총기규제가 미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이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규제강화법 때문에 미국민이 자기 목숨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걱정하지 않고, 자기방어 하는 데도 문제가 없도록 경찰력을 강화하는 등 시행령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직접선거로 뽑은 대통령의 발목을 잡으면서 입법독주를 서슴치 않는 우리나라 민주당과 이에 맞서 법률에 부합하지 않는 시행령으로 밀어붙이는 우리나라 정부가 창피하다는 생각을 했다.

[단상]
총기규제강화 법안 통과가 불안한 상황에서도 시행령을 강행하지 않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혜와 상원에서 50% 의석을 가지고 있지만 횡포를 부리지 않은 미국 공화당의 자세를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가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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